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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에세이] 늘어나는 열대야

[이효성의 자연에세이] 늘어나는 열대야

기사승인 2022. 07. 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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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최종 컷
한여름이 되면 그동안의 강렬한 햇볕으로 대지가 충분히 달궈져 낮의 열기가 더 이상 땅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대기 중에 복사열로 방출된다. 이때 한반도에서처럼 대기 중에 습기가 많으면 그 습기가 복사열을 흡수해서 무더워지고 밤에도 온도가 그다지 내려가지 않게 되어 이른바 열대야(熱帶夜)가 된다. 만일 습도가 낮으면 복사열이 흡수되지 않고 대기 밖으로 사라지므로 밤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습도가 낮은 내륙의 사막에서는 밤에 온도가 확 떨어져 열대야 현상은커녕 오히려 추위를 느끼게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열대야는 밤(저녁 6시 이후부터 다음 날 아침 9시 사이)의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밤의 최저 기온이 30도 이상이면 초열대야로 부른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만일 그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여 한반도로 밀려오면 고온다습한 대기로 인해 열대야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근년에 지구의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여 열대야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는 추세인데 그럴수록 열대야는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금년에는 6월 하순에 벌써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흔히 열대야가 주로 나타나는 시기는 7월 하순과 8월 초순이다.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까지의 장마 뒤에 발달하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밀려올 때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를 넘는 폭염일수는 11.2일, 열대야 일수는 5.3일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 5년 동안에 폭염 일수는 12.7일,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늘었다. 폭염 일수의 증가폭보다 열대야 일수의 증가폭이 더 크다.

오늘날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가 열대야를 더 유발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밖으로 방출시켜야 할 열기를 붙잡아두는 비닐하우스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연기관 자동차 등으로 화석연료의 소모가 많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복사열이 많은 대도시는 열섬 현상으로 열대야를 부추긴다. 열대야는 공기의 흐름이 둔한 내륙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서울과 같은 내륙에 위치한 대도시에서는 열대야가 특히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열대야가 발생하는 날은 대체로 습도가 높기에 불쾌지수도 높아진다. 따라서 무던한 사람도 신경질적으로 된다. 게다가 열대야는 쾌적한 수면 온도인 18~22도를 넘기에 신체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어려워 체내의 온도 조절 중추가 각성된 상태를 유지하므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그래서 열대야 상황에서는 수면 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건강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특히 노약자나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도시에서 열대야가 발생하면 집 안에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은 잠을 제대로 자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런 이들은 밤에 집 밖으로 나와 술을 마시거나 잡담을 하거나 놀이를 하거나 한다. 더러는 풀밭에 텐트를 치고 그 속에서, 더러는 다리나 고가도로 밑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열대야에는 잠을 제대로 자기가 역시 어렵다. 에어컨이 없다면 열대야에는 불쾌지수와 수면 부족을 견뎌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열대야가 지속되면 낮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졸음으로 사고를 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열대야에 숙면을 위해서 음주는 금물이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혈관이 확장되어 되레 체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찬물 샤워는 잠시 체온을 낮추지만 체온을 유지하려 체내 온도가 오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알몸 수면도 체온 조절 기능 저하를 초래해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열대야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잠들기 2~3시간 전 걷기, 조깅 등 약간의 유산소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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