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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치닫는 남매의 난…치솟는 한진칼 주가

[마켓파워] 치닫는 남매의 난…치솟는 한진칼 주가

기사승인 2020. 03.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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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세력 합세에 머니게임 변질
주가는 올들어 68.5% 뛰어올라
경영권 분쟁에 투기자본만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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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확보를 위한 오너일가의 벼랑 끝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한진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들어 68%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로 7.4%p 떨어졌고, 롯데 등 주요 그룹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진칼의 이 같은 주가 급등은 이상 과열 현상에 가깝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실적이 반토박 나는 등 기업가치는 떨어지는데 지배구조 이슈에 투기자본만 눈독 들이는 모양새다.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에 이어 반도그룹까지 나서면서 머니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 주가는 올 들어 68.5% 상승했다. 지난달 28일엔 장중 7만11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013년 8월 출범 이후 사상 최고가다. 지난달 26일엔 전일대비 16.50% 폭등하기도 했다. 최근 한진칼의 주가 상승세는 실적과는 거리가 멀다. 한진칼이 각각 지분 29.62%, 60%를 보유한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대표적인 코로나19 사태 타격 업종이다. 증권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올해 1분기 대한항공과 진에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1%, -8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진그룹 경영권이 걸린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연합과 조현아 연합 양 진영이 지분을 사들일 때마다 주가는 뛰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은 한진칼 주식 105만6465주(1.79%)를 매입했다고 지난달 24일 공시했다. 당일 한진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0.98% 상승 마감했고, 다음날 0.39% 오른 후 6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주식 매입은 3자 주주 연합 중 하나인 반도건설이 297만2217주(5.02%)를 매입했다고 공시한 지 나흘 만이다.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과 3자 주주 연합체를 결성한 지난 1월 31일엔 전일 대비 2.50% 급등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그룹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럽다”며 “KCGI 물량까지 인수하면 반도그룹은 한진그룹 일가를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 등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원태 연합 지분율은 현재 39.25%다. 조현아 연합(37.62%)보다 2.01%p 많다. 이번 달 말 주주총회 의결권 기준(주주명부 폐쇄 전)으로는 조원태 연합 37.25%, 조현아 연합 31.98%다.

경영권 분쟁 이슈는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단골메뉴다. 2018년 현대차-엘리엇, 2015년 삼성물산-엘리엇, 2003년 SK-소버린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면 양 진영은 우호세력을 결집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분율을 꾸준히 늘린다. 엘리엇은 현대차 등 계열사 3개에 대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지분을 추가로 늘리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주가 하락하면서 엘리엇은 약 24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소버린 사태’의 경우 당시 SK그룹 내부에서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자 소버린은 폭락한 SK 주식을 대거 매입, 최태원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지배구조 개편을 내세우며 경영진 퇴진까지 요구했으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하고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해 9400억원의 차익을 챙겨 떠났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외부세력이 가세한 경영권 다툼은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며 “항공업 실적, 지배구조 등 한진칼에 대한 가치를 전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최근 주가는 과하게 올라가는 머니게임 양상”이라고 했다. 이어 “주가가 마냥 오른다고 해서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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