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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구광모, LG 전장사업 담대한 여정… 내친김에 ‘LG카’ 갈까

[마켓파워] 구광모, LG 전장사업 담대한 여정… 내친김에 ‘LG카’ 갈까

기사승인 2022. 07.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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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회장, 스마트폰 접고 선택과 집중
전장 투자 9년만에 분기 매출 2조 ↑
전문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아"
리스크 커…고객사 늘리기 집중해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6년간 쌓아올린 스마트폰 사업은 접었어도 소위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미래차에 대한 큰 그림은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 투자 9년만에 분기 매출 2조원을 넘어섰고 마침내 시작 된 흑자 행진은 갈수록 고수익 구조로 안착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구 회장이 짰다면 발로 뛰는 야전사령관은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조 사장은 세계를 좁게 보고 발로 뛰며 최신 트랜드를 살피고 고객사를 끌어모았다.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올해 전장사업 수주잔고 65조원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에선 자동차를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주는 인포테인먼트,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부터 전기차의 두 축인 배터리와 모터, 여기에 헤드램프와 파워트레인까지 언제든 전기차를 만들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구 회장이 직접 'LG카' 사업까지 벌일 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그룹 차원의 시너지는 확실하지만 공급사들을 잃을 수 있고 강성 노조까지, 감내 할 리스크도 만만 찮다는 시각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전자가 2분기 올린 전장사업 매출액 2조원은, LG 사업보고서에 'VC' 사업부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2015년 한해 동안 기록한 1조8324억원을 단박에 뛰어넘는 액수다. 당시 전체 매출액 중 VC사업 비중은 3.2%, 지금은 10.3%다. 

분기 매출 2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1분기에도 1조8776억원의 신기록을 세운 바 있어 끊임 없이 경신 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2015년 VC부문 신모델개발 등에 투자했던 투자액 2072억원은, 이제 3배 이상 불어난 6881억원에 달한다. 총투자액 중 비중은 9.2%에서 15%로 뛰어올랐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위축에 가전·TV 수요가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 속에서도 LG전자의 전장사업은 탄탄대로다. 상반기 수주액만 8조원에 이른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 전망치는 2840만대로, 2019년 1100만대와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다. 2025년 전망치는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점프한 5660만대다. 2분기 LG전자 실적이 뒷걸음 쳤지만 전장사업 흑자전환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은 2013년 7월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신설한 게 시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을 만드는 HE사업본부 산하 Car 사업부, 전기차용 모터·인버터·컴프레서 등을 개발하는 CEO 직속 EC사업부,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계열사 V-ENS를 통합했다. 경쟁력 있는 LG 자원을 다 끌어모은 '어벤저스'라 할 만 했다. 

2018년, VC사업본부는 VS(Vehicle Components Solutions) 사업본부로 이름을 바꾼다.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LG그룹의 회장이자 총수로 올라서던 바로 그 해다. 보쉬에서 일하던 은석현 현 VS사업본부 전무를 비롯해 대대적 글로벌 인재 영입에 들어갔고 전장사업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시작됐다. 

그 해 구 회장은 1938년 설립된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사들였다. 생산량 기준 세계 5위권, 각종 세계 최초 양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징적 기업이다. 즉각 LG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통합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해말 기준 LG전자 전장사업 전체 수주잔고는 60조원을 넘어섰는데 ZKW 비중이 20%를 상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역대 최대 매출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엔 반세기 역사로 다듬어진, 가장 완성도 있는 SUV라 평가 받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에 헤드램프가 탑재 되며 그 우수성을 입증 받기도 했다. 

2020년 세계 3위 캐나다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 잡고 약 4억5300만달러(5213억원)을 들여 합작법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차린 건 신의 한수였다. 양 사가 가장 잘하는 사업을 결합해 전장사업에 날개를 달아줬고 파워트레인 구축 능력은 중장기적으로 자체 미래차를 생산할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갖게 해줬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인천과 미국 미시간주, 중국 난징에 각각 법인을 뒀다. 가장 무섭게 성장하는 미래차 거점들이다. 올 4월에는 멕시코에 부품 생산공장 착공식도 진행했다. 

지난해 구 회장은 무려 26년간 애정을 갖고 키워 온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뗐고, 최근 태양광 사업 철수까지 과감한 경영 행보를 보였다. 선택과 집중의 주인공 중 하나는 역시 전장사업이다. 

이제 그룹 차원의 전장사업 퍼즐은 완성돼 간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를 맡는 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담당하는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시스템을 하는 ZKW로 구성된 삼각편대를 완성했다. 여기에 LG이노텍의 차량통신모듈과 모터·센서 기술력과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더 나아가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와 LG화학의 고강도 경량 소재 및 부품까지 가세한다. 

일각에선 'LG카'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자동차전문가들은 구 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LG의 전기차 생산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는 "GM의 볼트에는 LG가 공급한 부품이 60%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와 모터·파워트레인이 있고 각종 인포 전장부품에 심지어 통신까지 갖고 있는데, 구조적 설계가 어떨 지 모르지만 이 품질 좋은 부품 다 집어넣어서 만들자고 마음 먹으면 충분히 만든다"고 했다. 

다만 이 박사는 "LG는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들이 다 중요한 고객사들인데 이들과 잠재적 경쟁자가 돼 척을 질 필요 있겠느냐"면서 "그건 삼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완성차 조립으로는 부가가치가 안나올 뿐 아니라 가전과 다르게 안전에 대한 문제 발생 시 회사 경영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LG는 잘 하는 부품과 서비스만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로, 거금을 들여 자체 생산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배터리나 전장사업이 이제야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 충분히 시장 우위적 지위를 차지 할 때까지는 고객사 늘리기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LG가 기술력이 부족해 완성차 사업에 손을 안 대는 건 아니겠지만 굳이 가전사업에 쓸 리소스를 분산 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특히 삼성도 그렇지만 LG그룹 자체가 워낙 노조에 알레르기가 있어 절대 강성노조가 포진해 있는 금속노조원들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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