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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울산엔 고가사다리가 없었다’…화재현장 합동감식 착수

[뉴스추적] ‘울산엔 고가사다리가 없었다’…화재현장 합동감식 착수

기사승인 2020. 10. 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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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화 지점 어디…울산 주상복합 현장감식<YONHAP NO-2150>
11일 오전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3층 테라스에서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관계 기관 등이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울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15시간 40여분만에 진화되면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건물 외벽에 불에 취약한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 사용된 것이 피해를 키운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과거 대형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샌드위치 패널 문제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고가사다리차 등 고층 건물 화재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점도 완진에 어려움을 겪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번 화재 때 고층 화재진압용 사다리차는 부산에서 출발해 6시간 후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은 11일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 유관기관과 함께 남구 삼환아르누보 화재 현장 2차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전담팀은 당초 전날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려 했으나, 건물 내 낙화물 추락 위험 등이 있어 그물망과 펜스 등 안전시설물을 먼저 설치하기 위해 하루 연기했다.

전담팀은 이날 현장에 들어가 발화 위치와 원인을 찾기 위해 불길이 번진 흔적 등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했다. 특히 최초 화재 발생지점은 건물 3층 테라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층 발코니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도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2차 합동 감식 결과 경찰은 “전기적 요인은 발화지점을 특정하는데서 제외해도 무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상복합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인근 건물에 설치된 CCTV 영상도 확보한 상태며 목격자와 신고자를 상대로 화재 당시 상황을 조사 중이다. 화재 현장에서 외장재 등을 수거해 품질 이상 여부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당국은 건물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어 패널 속에 숨어있던 불씨가 반복적으로 되살아나면서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가볍고 가공하기 쉬운데다 페인트 등 도색도 쉬워 주로 고층 주상복합 건물에 사용된다. 하지만 알루미늄 자체가 열에 강하지 않은데다 내부 단열재와 접착제의 종류에 따라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

2008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2018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등 과거 대형 화재 사고 역시 알루미늄 패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정부는 2012년부터 고층 건물 외장재에 불연성 재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는 2009년에 준공돼 불연 외장재 의무 사용 대상이 아니었다. 이에 제도 이전에 건축된 고층 건물에 대한 보완·재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시행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초고층 건물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화재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대 23층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70m 고가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가 있다. 서울과 경기·인천에 각각 2대씩 있으며, 부산과 대전·세종·제주가 1대씩 보유하고 있다. 울산을 비롯한 나머지 지자체에는 70m 사다리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고층 화재진압용 사다리차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정부와 협의해 내년쯤 울산도 장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라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고층 건물에 대한 조사, 분석, 종합적인 화재 대응 계획과 훈련까지 전면적으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8일 밤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5시간 40여분 만인 9일 오후 2시 50분에 꺼졌다. 이 화재로 93명이 연기 흡입과 찰과상 등 경상을 입었고, 옥상 등 피난층에 대피해 있던 77명이 구조됐다.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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