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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도 경쟁력 찾는다’ 최태원 회장의 M&A 전략은?

‘실패에서도 경쟁력 찾는다’ 최태원 회장의 M&A 전략은?

기사승인 2020. 0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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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 싸이월드 인수해 전성기
문어발 사업·정보 유출로 하락세
이후 오픈마켓 11번가 투자 '성과'
KT렌탈 포기 후 AJ렌터카 재도전
SK실패한사업속교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 ‘승부사’로 불리는 배경은 뚝심 있는 투자와 추진력이 있어서다. 그는 ‘실패에서도 경쟁력을 찾는다’는 일념하에 그룹내 신사업들의 M&A를 주도해왔다. 최 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실패 속 해답을 찾으며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평가다. 특히 최 회장은 확신이 설 때까지는 오랫동안 공부하며 전문지식을 쌓지만,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오너의 책임하에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왔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던 다양한 사업 가운데 이제는 SK의 품을 떠난 싸이월드를 가장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손꼽는다.

싸이월드는 SK컴즈의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꼽혔던 사업으로 2003년 SK가 벤처회사로부터 인수해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다만 대기업의 조직 문화나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서 싸이월드의 본래 사업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간 것이 실패의 단초가 됐다. 당시 SK컴즈는 네이트와 네이트온 등을 무리하게 싸이월드와 연결시키려고 하면서 결국 사용자들이 떠나가게 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원들의 개인 정보 유출 등도 겹치면서 SK컴즈는 싸이월드를 분사, 매각했다.

최 회장은 사실 SK컴즈를 한국판 구글, 페북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학원 석·박사를 졸업한 후 1989년부터 2년여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기업 메트라에 들어가 견문을 넓혔다. 메트라에서 비지니스 개발 매니저로 일하면서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들어와 라이코스코리아 인수와 SK컴즈를 설립하며 SK그룹의 IT사업을 지휘했다. 그러나 이후 싸이월드의 해외 진출과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인수 등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011년 3500만명 회원정보 유출 해킹사고가 발생해 인터넷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대신 현재는 무리한 인터넷사업 대신 오픈마켓 11번가에 투자를 단행하며 ‘한국판 아마존’으로 키우고 있다.

또한 싸이월드의 실패 사례를 발판으로 사내 벤처로 시작한 SK엔카는 조직 내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부여해 성공 사례로 키울 수 있게 됐다. SK엔카는 과거 중고차 시장 업계 1위를 기록했으나 2013년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된 곳이다. 이후 2년만에 SK는 SK텔레콤의 본인인증 앱인 ‘패스’를 통해 중고차 시세 조회와 매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여 중고차 시장에 재도전하게 됐다.

SK텔레콤의 미국 진출도 대표적으로 아쉬운 사례다. 앞서 SK텔레콤은 국내 시장이 포화되자 성장 정체 돌파구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미국 ISP업체와 공동으로 출자해 ‘힐리오’를 설립, 2006년 미국 전역에 통신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연간 1500억원의 손실을 기록, 2년 만에 버진모바일에 매각하게 됐다. 대신 SK텔레콤은 무리한 사업 확장 대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는 일념으로 국내 사업에 주력하며 5G,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사업을 강화하는 데 초첨을 맞췄다. SK텔레콤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빅데이터, ‘티맵’을 기반한 모빌리티, 인공지능 기술 ‘누구’기반 AI사업을 꼽으며 글로벌 ICT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방안이다.

KT렌탈은 ‘총수의 부재’로 인한 아쉬운 인수 실패로 꼽힌다. 2014년 SK네트웍스는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롯데에 뺏기며 고배를 마셨다. SK네트웍스는 가장 인수에 적극적인 곳으로 꼽혔다. KT렌탈을 인수할 경우 업계 1위로 단숨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주도하에 1조원이 넘는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SK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KT렌탈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시장에선 당시 KT렌탈 인수 실패는 ‘총수의 부재’가 컸다고 회자된다. 2013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최 회장의 수감 생활로 경영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너의 전략적인 판단, 베팅을 할 수 없었던 시기인 만큼 KT렌탈을 뺏겼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후 4년이 지난 2018년, SK네트웍스는 AJ렌터카를 3000억원에 인수하며 SK렌터카로 출범했다. 렌터카 사업 확장의 꿈을 결국에는 이뤄낸 것이다. 현재 SK네트웍스 사업별 이익을 봐도 올 1분기 렌터카 이익은 365억원으로 신성장 동력으로서 이익을 견인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중요한 M&A의 경우, 인수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상당기간 직접 본인이 공부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지만 한번 판단이 서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최 회장의 스타일”이라며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보다 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오너십도 발휘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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