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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CEO들, 한우물 판 장인 포진…컨트롤타워 부재에도 ‘든든’

삼성 CEO들, 한우물 판 장인 포진…컨트롤타워 부재에도 ‘든든’

기사승인 2020. 05.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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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삼성', 왜 강한가]
⑥ 삼성 '초격차' 이끄는 '이재용의 남자들'…위기 속 경영능력 시험대 <下>
비금융 계열사 사장단, 분야 전문가 포진
삼성 '신사업' 전기차배터리·바이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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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리즈 문패 진짜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해체한 후 삼성은 각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자율경영체제가 잡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각 계열사 사장은 독립적인 경영으로 권한과 책임이 더 커졌다. 그만큼 사업 이해도가 뛰어나고 분야의 전문가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금융 계열사 제외)의 면면을 보면 한 우물만 판 ‘장인’들이 많다. 10년이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장수 CEO도 있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리는 ‘뉴삼성’의 주요 사업을 담당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재용의 복심’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먹거리로 꼽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사업의 전영현 삼성SDI 대표와 바이오 분야의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올해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전 대표는 최근 이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만남으로 사업에 주목받고 있고, 김 대표는 10년 가까이 대표이사로 지낸 ‘장수 CEO’로 바이오 사업 황무지였던 삼성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각 계열사의 사업이나 이해관계를 조정·관리하는 등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갈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있지만, 전문경영인의 풍부한 경험이 이를 상쇄하며 코로나19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20일 아시아투데이가 삼성의 비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표 11명의 프로필을 살펴본 결과, 4명이 내부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3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파며 불확실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며 2015년 이후 적자가 계속돼 남준우 대표로서는 흑자전환이 올해 최대의 과제다.

전영현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이후 첫 현장행보로 삼성SDI의 천안사업장을 찾으며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의 천안사업장은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배터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재계는 두 수장의 만남에 대해 두 그룹의 미래 전기차 배터리에서의 협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 대표는 옛 LG반도체 출신으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되자 2000년 삼성전자로 이동해 D램 개발실에서 설계팀장과 개발실장을 지냈다. 기술전문가 출신답게 실용성을 중시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역사적 만남의 자리에 동석하며 그룹 내에서 전 대표의 위상을 드러냈다.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넘기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 연임도 성공했다. 전 대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삼성의 미래먹거리인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동훈 대표는 브라운관을 주력사업으로 하던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해 디스플레이 영업과 마케팅분야에서만 30년 이상을 근무한 영업전문가다. LCD(액정표시장치) 업황 악화로 과감히 LCD사업부를 접고 자동차용 OLED와 OLED TV패널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첫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에 탑재되는 폴더블(접는) OLED패널 상용화에 성공하며 능력을 검증받았다.

영업전문가답게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임직원들에게 직접 책을 추천하는 등 독서도 즐겨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영업마케팅 출신이다보니 직원들과의 소통을 좋아해 행사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직원들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질문을 많이 하신다”면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지녔다”고 전했다.

삼성물산도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후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후 삼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시장 기대감에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세 명의 대표 중 건설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호 사장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미전실 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인 2015년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도 했다. 재무 전문가로 삼성물산이 2018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여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올 1분기에도 삼성물산의 대부분의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급락한 가운데 건설부문의 경우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늘면서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에서 래미안의 도시정비 수주전 복귀를 노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이후 국내 도시정비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재무전문가답게 합리적이고 깐깐하며 업무스타일이 치밀하다”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안목도 뛰어나 해외수주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 과정에서 바이오에피스 등 자회사의 회계 처리 기분 변경을 통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이를 둘러싸고 증권선물위원회와 법적 공방 중이다.

2011년 설립 당시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태한 대표는 올해 우선 분식회계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립 때부터 경영을 맡아 의약품 위탁생산사업(CMO)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1957년생으로 사장단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60세 퇴진 룰’을 비껴가며 올해 1월 세 차례 연임에 성공, 네 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 당시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바이오사업 특성상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사업으로 수익이 나기까지 기본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가야 한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이 긴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의 신사업추진팀의 원년 멤버로 삼성의 바이오사업 뿌리를 다진 그는 그룹 내에서 전략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위탁생산에서 멈추지 않고 복제약과 신약 개발까지 사업을 확대해 2030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계 1위 헬스케어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외에도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 스마트팩토리와 클라우드 등 IT서비스 신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홍원표 삼성SDS 대표, 삼성엔지니어링에서 30년 넘에 일하며 화공플랜트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등이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리며 기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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