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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젊은 리더십’ 구광모는 누구인가

② ‘젊은 리더십’ 구광모는 누구인가

기사승인 2020. 07.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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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2018년 '조용한 출범' 후 혁신 의지로 LG 변화 속도
실용주의 바탕 '선택과 집중'으로 기업 기초체력 높여
고객접점 등 찾아 현장행보…강해진 위기극복 메시지
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거창한 취임식도, 일장 연설도 없었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짧은 인사말로 취임 일성을 대신했을 뿐이다. 국내 굴지 그룹을 이끌게 된 회장으로서의 첫 출근은 조용하고 평범했다. 바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얘기다.

2018년 6월 29일 임시주총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된 후 사흘 만에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0층 집무실에 출근한 구 회장은 떠들썩한 세리머니 대신 곧바로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했다. LG의 한 임원은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구광모호(號)의 조용한 출범은 구 회장의 성품과 경영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직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도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복잡한 격식과 형식을 걷어내고, 실용주의와 빠른 실행을 앞세워 그룹 전반을 바꿔놓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젊고 빠른 리더십 아래 혁신과 도전이라는 ‘뉴 LG’만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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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시총 100조 돌파…강해진 LG, 비결은?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지난해 연말 대비 두자릿수 증가하며 대외변수를 버텨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입증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LG전자·LG화학·LG생활건강 등 LG그룹 내 13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은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101조475억원으로 집계됐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29일(94조7400억원)과 비교해 약 7조원(6.7%)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5.4% 하락했다. 지난해 말 시총(88조600억원)과 비교해서는 14.7% 증가했다.

이는 LG그룹이 구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전기차배터리·자동차 전장 등 미래사업을 강화한 결과가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키울 사업은 확실히 키우고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구 회장 체제의 특징이다. LG전자는 수처리 자회사를 매각하고 수소연료 전지 회사 ‘LG 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사업,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사업도 매각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와 함께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및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 인수,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뉴에이본, 일본 에바메루 인수 및 유럽 피지오겔의 지역 사업권 인수 등 성장사업의 M&A를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출범 초기엔 ‘우려’도…내실 다지기 이어 현장경영 광폭행보
구광모호가 그간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과감한 변화와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 왔지만, 출범 초기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2018년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당시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이던 40세의 구광모 상무가 ‘재계 4위 그룹 총수’라는 무거운 직함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서였다.

29세에 한화그룹 회장에 오른 김승연 회장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회장(36세 취임), SK그룹 최태원 회장(38세 취임) 등의 전례가 있긴 하지만, 이들 모두 2000년 이전에 취임해 사업 환경 등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그간 경영수업 차원에서 낮은 직급의 자리를 맡아 와 이렇다 할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는 것도 이 같은 우려에 한몫했다.

1978년생으로 올해 42세인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이 2004년 양자로 들이며 LG가(家)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장자 승계를 철저하게 지켜온 LG가의 원칙에 따른 이례적인 양자 입적이었다. 2005년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경영 수업에 입문했다. 이후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뉴저지법인, 선행상품기획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재무부터 기획·제조와 해외 및 지방현장까지 두루 경험한 셈이다.

사내외에서 “소탈하고 겸손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업무에서는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재계 선배들이 모이는 ‘기업인들의 대화’ 등 외부 행사에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사내 회의에서는 고객과 시장 등 사업 본질을 위한 전략에 대한 생각이 많아 경영진·실무진과 토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구 회장은 2018년 11월2일 고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11.3%(1945만8169주) 가운데 8.8%(1512만2169주)를 상속해 LG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 대표와 상속인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인 9215억 원을 5년 동안 6차례 나누어 납부하기로 했다. 구 대표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7100억원 이상으로 지난해 11월 상속세 2차 납부를 완료했다.

지난 6월에는 조부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LG 지분을 보통주 164만8887주(0.96%)를 상속받았다. 주식 상속세 규모는 7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번 상속으로 최대 주주인 구 회장이 보유한 ㈜LG 주식은 보통주 2753만771주를 보유하며 15%에서 15.95%로 높아졌다.

◇‘확 달라진’ LG… 예상 깬 ‘파격’ 뒤엔 구광모 있다
“조용해 보이지만 그 안의 혁신 속도는 빠르다.” 구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그룹 내 변화상에 대해 LG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 같이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의 보폭에 안팎에서 ‘파격’이라는 반응과 함께 “몰라보게 확 달라졌다”는 평가도 쏟아내고 있다. 사업영역은 물론이고 기업문화도 마찬가지다.

LG그룹이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의 상·하반기 신입사원 정기채용을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1956년 10월 처음으로 대졸 공채를 도입한 지 무려 64년 만이다. LG의 미래를 이끌 전문성 높은 인재를 필요한 시기에 수시로 선발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구 회장의 인재경영과 실용주의가 맞닿아 있는 셈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환경과 수요에 맞춰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현업 부서에서 필요한 인재를 즉시 뽑는 속도감 있는 채용 제도로 전환한 것”이라는 게 LG측의 설명이다. LG전자가 27일부터 상시채용 일정에 돌입하는 등 스타트를 끊었다.

LG유플러스가 최근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강서구 마곡사옥 연구개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9월까지 주3일(화수목) 재택근무를 도입키로 하는 등 계열사에도 ‘혁신 DNA’가 뿌리내리고 있다. 찢어진 청바지까지 허용하는 완전자율복장제부터 연 1회 토론식 사업보고회 전환, 임원 세미나 대신 매월 자율참석 스터디 모임인 ‘LG포럼’ 운영 등도 구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변화다.

특히 나이와 출신 등을 따지지 않는 과감한 인재 등용과 ‘신상필벌’ 적용은 성과와 실리를 추구하는 구광모호의 실용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8년 말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1년 만에 교체됐는가 하면, LG화학 최고경영자로 미국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하며 ‘순혈주의’를 깼다. LG화학 역사상 외부 인사가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되기는 1947년 창립 이래 처음이었다.

취임 후 첫 단행한 2018년 연말 인사에서 134명의 역대 최대 신규 임원을 발탁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0대 여성 상무 2명을 포함해 106명의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하는 등 파격 행보가 이어지면서 올 연말 인사의 폭과 인재발탁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회장 취임 초기 대외활동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온 구 회장은 최근 들어서는 현장경영 보폭을 넓히며 조직 안정화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만 고객센터(LG유플러스), 지방 사업장(LG화학), 판매점(LG베스트샵) 등 5차례 현장을 찾았다. 지난 5월 LG화학 대산공장을 찾아 “기업이 위기 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고 했고,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언급하는 등 현장 메시지에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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