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오늘, 이 재판!] 인터넷 비방 글에 욕설 댓글로 대응…대법 “모욕죄 아니다”

[오늘, 이 재판!] 인터넷 비방 글에 욕설 댓글로 대응…대법 “모욕죄 아니다”

기사승인 2020. 12. 28. 10:3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재판부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지만 사회적 평가 저하할만한 표현 아냐"
2020033101003449600189971
자신을 비방한 게시글에 욕설 등이 담긴 표현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해서 이를 모욕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됐다고 하더라도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형법 311조에 명시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A씨는 지난해 1월 B씨의 페이스북에 ‘배은망덕한 XX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게’, ‘고소해 싸가지 없는 XX야’ 등의 댓글을 게시해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먼저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페이스북에 명예훼손적 글을 게시했고, 기분이 나빠 지인을 통해 B씨에게 삭제를 요청했으나 B씨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항의 차원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글을 게시한 것으로 모욕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1심은 A씨의 댓글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댓글이 모욕적 표현이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댓글을 작성했다”며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모욕의 고의가 존재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B씨에게 비방성 댓글을 남기게 된 경위 등에 주목하고 A씨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건의 피해자인 B씨는 2018년 11월경부터 ‘A씨가 익명의 아이디를 이용해 비방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A를 가리켜 ‘XXXXX 같은 지저분한 XX’ 등의 글을 작성했다. 또 ‘익명의 아이디를 쓰는 A씨를 고소할 예정’이라며 고소장 사진을 게시했는데, 고소장 상에는 A씨의 전화번호 일부도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진상 파악 없이 글을 작성한 것을 사과하라’는 취지의 해명 및 항의성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지만, B씨는 오히려 항의를 무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댓글을 게시하게 된 경위, 사건 댓글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사건 발생 전후 상황과 표현의 사전적 의미 등을 살펴봤을 때 A씨는 자신을 익명의 아이디 사용자로 몰아간 B씨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나 화나는 감정을 표출하고, 그에 대한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글을 남겼다”며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지만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