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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리얼돌’ 수입 막은 세관장…법원 “풍속 해치는 물품 아냐”

[오늘, 이 재판!] ‘리얼돌’ 수입 막은 세관장…법원 “풍속 해치는 물품 아냐”

기사승인 2021. 01. 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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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성 기구 사용은 매우 사적인 영역…국가 간섭 최소화 해야"
재판부 "구체적으로 여성 신체 표현했지만 실제 사람과 헷갈릴 정도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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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이 성인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입을 막은 것은 부당한 조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리얼돌이 여성의 신체를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성기구’라는 본질적인 특징이나 성질이 달라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또는 왜곡하는 등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성인용품 전문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에 있는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김포공항세관장에 수입신고를 했다. 세관장은 같은 해 2월 해당 물품이 구 관세법 234조 1호에서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물품의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관세청에 심사 청구를 했지만 관세청 역시 결정 기간인 90일이 경과하도록 A사의 청구에 결정을 내지 않았다.

이후 A사는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재판과정에서 “(세관장은) 사람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통관 허용 여부에 관한 기존의 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처분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물품(리얼돌)이 지나치게 정교해 통관을 보류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세관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물품이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 그 형상이 여전히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라며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고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청소년이 해당 물품에 노출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역시 별도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수입을 금지할 법적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청소년 보호법은 ‘성기구’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분류해 유해표시를 하도록 하고, 이를 취급하는 업소에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이를 어기는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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