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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구자열 회장, LS 미래 페달 밟다…체질·성장동력 강화

‘콜럼버스‘ 구자열 회장, LS 미래 페달 밟다…체질·성장동력 강화

기사승인 2020. 08.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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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구자열의 사이클 경영]
"고통없이는 목표 달성 없다" 사이클 경영론
야전사령관 타입의 소탈·인내·결단의 리더쉽
취임 후 부채 줄이고 보유 현금 늘려 체질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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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 상징인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존경해서 ‘크리스토퍼 구’란 영어 이름을 쓰는 재벌 2세가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다. 콜럼버스가 어려운 항해를 이겨내듯 사이클 마니아인 그는 거친 레이스를 즐긴다. 도전과 철저한 자기관리는 그가 추구하는 ‘사이클 경영’의 최고 덕목이다.

구 회장은 평소 “사이클은 한시라도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넘어지고, 살갗이 물러 터지는 고통 없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영과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이다. 구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해 6시간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보통 사람은 고통스러운 경험 뒤 움츠러들기 마련이지만 그는 강철처럼 두드려지면 강해지는 사람이었다. 2002년 50살의 나이에도 유럽 알프스산맥의 650㎞를 6박 7일간 자전거로 완주한 그다. 동양인 최초 완주자였다.

남다른 뚝심으로 무장된 그는 스스로를 ‘야전 사령관’ 타입의 경영자라고 부른다.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전장의 병사들과 같이 구르는 장수 또는 장기 레이스를 달리는 사이클 선수처럼 경영에 임해서다.

장기 레이스에 임하는 사이클 선수들이 치밀하게 준비하듯 그도 앞서 준비하는 사람이다. 구 회장은 2009년 LS전선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진도~제주 간 105㎞ 해저케이블 공사를 따냈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해저케이블은 넥상스·프리즈미안·ABB와 같은 유럽 3대 전선기업이 시장의 80%를 점유해왔지만 구 회장은 LS전선 자체기술로 생산을 추진했다. 해저케이블은 전선사업을 하는 이상 반드시 차지해야 할 시장이라고 판단해서다. 이를 위해 그는 수주가 결정도 되기 전임에도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1년이나 앞선 2008년 초 동해공장 착공을 결정했다. 또한 2009년에는 북미 최대의 전선 회사인 미국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인수해 북미 시장 교두보를 마련했다. 인수 이후 LS전선은 세계 3대 전선회사로 성장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그는 ‘장기 레이스’를 준비 중이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반산업 중심의 ‘무거운’ LS를 ‘역동적’이고 ‘강한 근력을 지닌 조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꺼낸 카드는 원가절감과 해외시장 개척, 신재생 에너지 시장 공략이다.

◇취임 후 지속된 체질 개선과 방향 전환
19일 재계에 따르면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형제가 분리 독립해 2003년 탄생했다.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그가 2013년 총수에 오르기 전까지 LS그룹은 글로벌 경기 호황에 힘입어 순탄히 성장했다. 그룹 매출은 독립 이후 7조원에서 29조원으로 4배 이상 늘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호시절은 끝이 났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서 LS그룹은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

구 회장은 그룹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다시 뛰게 해야 했다. LS그룹 계열사들(LS전선·LS일렉트릭·LS니꼬동제련 등)은 전선 등 제품의 원재료인 구리 가격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지녔다. 2016년 구리 가격 하락으로 지주사인 LS의 매출은 1년 만에 약 10조원에서 8조원대로, 영업이익은 3100억원에서 2800억원으로 떨어졌다.

구 회장이 내린 처방은 불필요한 사업 정리와 제조 효율성의 극대화다. 먼저 자원확보를 고수하던 경영 방침부터 바꿨다. LS니꼬동제련은 2017년 8월 말 파나마 자원개발권을 매각했고 LS전선은 2017년 9월 중국 우시 생산법인 지분 47%를 넘겼다.

또한 전력송변전·산업자동화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LS일렉트릭은 청주사업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꿔 효율성을 높였다. 청주사업장은 스마트공장으로 변화 후 저압기기 라인 38개 품목의 1일 생산량이 7500대에서 2만대로 늘었다. LS니꼬동제련은 온산제련소에 생산 전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LS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은 원재료 자체에 초점을 맞췄는데 제조과정에서 원가를 줄이는 건 발상의 전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처방의 효과는 곧 드러났다. 구 회장 취임 후 지주사 LS의 부채비율은 줄고 현금 보유량이 늘었다. 2013년 말 LS의 부채비율은 232.7%로 높고 보유 현금도 6110억원에 불과했지만, 감소 추세를 보이더니 2016년 말 부채비율은 198.4%로 떨어졌다. 현금 보유량도 6535억원으로 늘었다. 2019년 말에는 부채비율은 152%로 대폭 감소하고 현금은 1조174억으로 넉넉해졌다.

◇새 먹거리에 대한 도전…‘장거리 레이스’
그룹의 ‘근력 강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자 구 회장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기간산업이 정체된 국내시장과 달리 해외 인프라 시장은 성장세가 전망된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해외시장 개척은 경영자에게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인내심은 레이서인 구 회장에겐 당연한 덕목이다.

앞서 LS전선은 지난 5월 약 660억 달러 규모의 미시간호 노후 해저케이블 교체 공사를 수주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국·유럽·아프리카 인프라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법인 설립에도 적극적이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각국의 지원 정책도 구 회장이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이 늘면서 해저케이블 시장에 순풍이 불고 있다. LS전선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대만·미국·네덜란드에서 총 70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해 공급 중이다.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비한 준비도 한창이다. LS 계열사인 E1은 올해 ‘신재생 민자발전 사업팀’을 신설했다. 지난 6월 강원 정선에 8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단지 준공을 완료하는 등 발전 사업자로서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LPG 저장기지 및 충전소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확대하고, 영월 풍력 발전 사업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LS일렉트릭의 경우 이미 일본 훗카이도·하나미즈키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상업발전을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산악자전거 경기에서 눈앞의 장애물보다 산 너머 목적지에 집중하듯 구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달리는 것 같다”며 “LS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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