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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오일머니, 아시아 유입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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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 기자

승인 : 2019. 05. 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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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투자청(KIA) 전경. 사진=/keoic 홈페이지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 즉 오일머니(oil money)가 아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중동의 석유는 세계 생산량의 40%, 거래 물량의 55%, (가치) 매장량의 80%에 달해 오일머니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오일머니가 아시아로 유입되는 채널은 국부펀드.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외환보유고와 달리 정부가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투자용으로 출자해 만든 펀드가 아시아에 대한 투자의 첨병으로 나서고 있는 것. 경제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이 아시아 투자를 통해 첨단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지사 등을 자국에 유치하고, 이를 통해 고용 창출과 산업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투자에 눈을 뜨게 됐다”면서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는 오랫동안 북미와 아프리카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등 아시아에 눈을 돌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

무바라크 CEO는 “10년 전 중국에 대한 투자는 전체의 1% 미만이었다”며 “홍콩을 거점으로 삼아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고 말했다.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는 운용 자산만 2500억 달러(292조원)가 넘는 세계 주요 국부펀드. 세계 50여개 국가에 투자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용하는 비전 펀드의 대규모 출자자이기도 하다. 비전 펀드는 규모만 해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는 비전 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화상 인식 전문업체 센스타임, 중고차 거래 애플리케이션 과쯔(瓜子) 등에 투자했다. 중국 자동차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 등 미래가치가 높은 기업에는 비전 펀드를 통하지 않고 직접 투자했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개발은행의 자회사 CDBC 등과 함께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역시 비전 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비전 펀드의 최대 출자자. 비전 펀드는 중국 디디추싱·싱가포르 그렙·인도 올라 등에 투자하고 있다. 또 인도 전자상거래 결제 시스템 업체인 페이티엠, 중국 모바일 동영상 앱인 틱톡, 인도 숙박 예약 앱인 오요호텔 등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는 아시아에 사무소도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미국의 세계국부펀드연구소(SWFI)에 따르면 쿠웨이트 역시 국부펀드를 통해 지난달 신규 상장한 인도의 케이블 제조업체 폴리캡 인도의 주식 3.7%를 취득했다.

오일머니가 아시아로 유입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경제 다각화에 대한 중동 산유국들의 기대 때문. 중동 산유국들은 그동안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자국 경제의 다각화를 위해 국부펀드를 통한 선진국 부동산 투자 등에 나섰지만 이 같은 투자는 수익은 가져와도 자국의 고용 창출이나 산업 육성과는 연결되지 못한 것. 미국이나 호주, 유럽 등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략산업에 대한 국부펀드의 투자를 규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은 국부펀드를 통한 아시아 투자를 활용해 아시아 유력 기업들의 지사 등을 자국에 유치하고 싶어한다. 첨단기술을 가진 아시아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국을 중동과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허브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 이는 자국의 고용 창출과 함께 산업 성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시아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중동 국부펀드의 존재감도 높일 수 있다. 중동 국부펀드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 무바라크 CEO는 “투자자의 눈으로 모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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