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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 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은 장기 불황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있다. 2010년대 중반 수주 절벽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숙련 인력이 업계를 떠났고, 젊은 세대는 조선업을 기피하는 흐름이 고착화됐다. 국내 조선·해양 관련 학과는 절반 이상이 사라졌고, 현장에서는 고령화가 가속화됐다. 산업 불황, 열악한 처우, 인력양성 인프라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선업 인력난을 심화시킨 것이다.
국내외 인력양성 사례를 비교하면 우리 산업의 취약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일본은 조선업 불황 이후 숙련인력 양성에 실패해 생산능력 확대에 한계를 겪었고, 이를 외국인 기능인력 수입으로 보완하려 했다. 반면 독일은 체계적 직업교육 시스템으로 청년 숙련공을 꾸준히 양성하며 위기를 방어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인력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기업 주도 기술교육에 의존해 왔지만, 대학 및 공공 부문과의 연계가 약하고 장기적인 인재 육성 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는 맞춤형 조선업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채용 연계형 교육을 통해 비숙련 인력을 준숙련 인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해외에 조선업 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해 직접 외국 인력을 교육해 들여오는 선도적 모델을 구축했다. 법무부는 외국인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고, 고용부는 외국인 고용 쿼터를 확대했다. 그러나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 그리고 산업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국내 조선업체들도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임금 인상·복지 개선·작업환경 혁신 등을 추진하며 내국인 인력 유입을 유도하는 한편, 사내 기술교육원을 확충해 신규 인력을 자체 육성하고 있다. 산학협력의 확대·디지털화 및 스마트 조선소 전환·협력사 인력 지원과 작업환경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지만, 인력 수급 속도는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해외 인력 확충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외국인 기능인력 의존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비자 제도의 유연화와 체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해졌다. 현행 E-7 비자는 사업장 변경이 어렵고 체류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외국인 숙련공의 장기 정착을 어렵게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숙련도 평가 체계를 표준화하고, 언어 및 문화 적응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도 내국인과 동등한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조선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
결국 조선업 인력난은 단순히 사람을 채우는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가 조선업을 다시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고, 외국 인력이 숙련된 동료로 자리잡게 하려면 일자리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 산업·정부·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인재 생태계를 복원할 때, 우리는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인력 기반을 튼튼히 다지면서, 필요한 외국 인력의 원활한 도입이 모두 중요하다.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으로 내국인 유입을 촉진하고, 교육훈련 시스템 혁신으로 숙련기술자를 키워내야 한다. 국내외 인력자원을 전략적으로 조합할 때 비로소 조선 강국의 인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조선업의 세계 1위 수성 및 지속 발전을 위해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