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유명 선수들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스포츠 스타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부가수입을 거둬들인다. 이처럼 스포츠 스타의 상품성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이들을 둘러싼 분쟁도 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의 미비로 그 해결이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를 둘러싼 전·현직 에이전트 간의 법적 분쟁이다.
김연아 선수의 경우 미국계 유명 스포츠에이전트인 IMG코리아사와 2006년에서 2010년까지 5년간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방송·강연 등 수입의 15~25%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하지만 선수지원이나 스폰서 연결 등 관리가 소홀하자 김 선수는 IMG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국내의 IB스포츠로 에이전트를 옮겼다. 이에 IMG사는 “일방적인 통보에 이중계약”이라며 IB사를 상대로 20억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9일 법원은 “사회상규에 반하는 체결이 아니다”라며 IB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에서 소속선수의 중도 계약해지를 이유로 상대 에이전트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선례가 없는 이번 재판의 쟁점은 계약의 중도해지 가능 여부와 기존 에이전트가 이중계약을 이유로 상대 에이전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IB스포츠 측 변론를 맡았던 임성우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김연아 선수의 경우 스스로 상품가치를 획득한 후 매니지먼트사가 개입한 경우"라며 "변호사 선임과 같은 위임계약에서 본인의 의사가 달라졌을 때에는 얼마든지 중도해지가 가능하며, 외국에서 이런 예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찬호 선수는 2007년 ‘스캇 보라스’와의 에이전트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제프 보리스’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농구계에서 차세대 황제로 떠오르고 있는 NBA 클리블랜드의 르브론 제임스 역시 2005년 ‘아론 굿윈’과의 계약을 깨고 ‘매버릭 카터’를 에이전트로 고용했지만 이를 계약위반이라며 제소한 곳은 없었다.
임 변호사는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단순하게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에이전트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만으로 이중계약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연아 선수를 협박·회유한 것이 아닌 공정한 경쟁에 의한 결과였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사건은 스포츠 에이전트 분쟁과 관련해 나온 국내 첫 판결로 앞으로 에이전트 사업에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스포츠 에이전트 계약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로 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스포츠 스타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므로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