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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커스텀 디자이너’ 애니, “운동화도 예술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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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기자

승인 : 2008. 09. 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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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ㅣ이명구기자]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의 물건을 갖고 다니는 걸 보는게 소원이예요."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직업인 커스텀 디자이너 '애니'가 꿈꾸는 소망이다. 한국 커스텀 디자이너 1호로 손꼽히는 그는 지난 2004년 커스텀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부모를 따라 6살 때 미국 이민을 떠나 뉴욕에서 줄곧 살았다.

나이키 등 유명브랜드 운동화를 신고다니는 예술로 만들어

올해 24살인 그가 '애니'(Annie)란 미국이름과 '장인경'이란 한국이름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패션감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대학 전공과 커스텀 디자인은 전혀 무관했다. 애니가 커스텀 디자인을 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고 한다.


"나이키운동화를 하나 봤는데 가게에서는 살 수 없는 모양이었어요.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너무 궁금했죠. 그래서 수소문끝에 찾아나서다 결국 직업까지 된 셈이죠."

애니는 유명브랜드 운동화를 완전히 다른 예술작품 수준의 운동화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배우기 위해 위험도 불사했다. '커스텀 운동화'를 만드는 예술가들은 주로 뉴욕 할렘가 중에서도 동양인이나 백인은 드나들기도 힘든 구역에 거주했다고 한다. 애니는 커스텀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곳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한국 커스텀 디자이너 1호...미국서 목숨걸고 창작 노하우 배워

"커스텀 운동화는 단지 디자인에만 신경쓰는게 아니예요. 실제로 신고 다녀도 아무런 이상이 없도록 품질도 꼼꼼히 챙겨야해요. 그게 바로 노하우죠."

애니가 설명해 준 바에 따르면 커스텀 운동화를 만드는 과정은 대략 3단계다. 1단계는 기존 운동화 모양을 바꾸기 위해 가죽을 얇게 벗겨낸다. 2단계는 디자인과 채색, 장식부착이다. 마지막 3단계가 가장 중요한데 코팅 등으로 내구력있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설명은 어렵지만 커스텀 운동화는 한눈에 쏙 들어올 정도로 강력한 매력을 갖고 있다. 애니가 만든 커스텀 운동화는 원색의 색감과 반짝이는 화려함이 공장 운동화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위리셋'(www.wereset.com)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지 한달밖에 안됐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유명 연예인들이 협찬을 의뢰해 올 정도라면 실력은 이미 검증된 셈이다.

브랜드는 유행따라 선택 가능...요즘 미국 복고풍 '리복' 인기

커스텀 디자이너라고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하기까지 애니에겐 우여곡절도 많았다. 미국에서 만나 함께 작업을 했던 동료가 갑자기 독립하는 바람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기도 했다. 한국에 들어와 커스텀 관련 사업을 벌일 용기를 낸 것도 아픔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였다.

애니가 모든 것을 잊기위해 커스텀 운동화 작업에 올인했을 때에는 운동화 구입비용으로만 1년에 1억원 가까운 돈이 지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애니의 작품은 대부분 '나이키 덩크' 시리즈를 이용한 것들이다. 커스텀 운동화로 유독 나이키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애니는 "유행때문에 그렇지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고객이 원하면 아디다스, 푸마 등 브랜드는 전혀 상관없어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운동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커스텀 디자이너의 역할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운동화 한켤레 작업 3-6일걸려 제작비 빼면 남는 돈 별로 없어

덧붙여 애니의 유행트렌드를 살짝 들어보자면 요즘 미국에서는 복고풍 영향 때문에 리복 신발이 인기라고 한다. 때문에 애니 역시 곧 리복 브랜드로 커스텀 운동화를 만들어 볼 생각이란다. 그렇다면 사업은 사업인만큼 커스텀 디자이너 애니는 돈을 얼마나 벌까? 이 대목에서 애니는 크게 미소지으며 돈벌이로 생각하면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커스텀 운동화 한켤레 완성하려면 최소 3일에서 6일이 걸린다. 운동화 한켤레 구입가격만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커스텀 운동화 판매가격은 아무리 후하게 받아도 25만원에서 30만원 이하다. 디자인료는 제하고 재료값에 노동비만 감안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니란다.

돈벌이도 안되고 일도 힘든데 왜 커스텀 디자이너의 길을 가는 것일까. 애니는 사람들이 똑같은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것을 더이상 참고 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커스텀 운동화와 모자 정도만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티셔츠 등 의상으로 영역을 넓혀 갈 것이라고 한다.

"커스텀 브랜드 '리셋' 일본 진출...세계 패션계 정복 꿈꿔요"

"커스텀이란 어원 속에는 기성복을 디자이너가 재가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얼마든지 나만의 물건을 만들어서 쓸 수 있는 셈이죠. 커스텀 디자인은 사업적인 측면보다 문화운동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고 봐야죠."

한국에 커스텀 문화의 깃발을 꼽기가 무섭게 애니는 해외활동까지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10월이면 일본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리셋'(reset)이라는 애니만의 커스텀 디자인 브랜드로 세계를 공략하겠다는 꿈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커스텀 디자이너 1호 애니의 다부진 목표는 그의 화려한 작품세계만큼이나 희망차게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커스텀 디자이너답게 도발적으로 말한다. "커스텀 디자인은 사치가 아니예요. 나만의 유행, 패션을 만드는 작업이죠. 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신이 입고 싶은 옷, 신고 싶은 신발이 세상에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신어야죠. 그래서 커스텀 디자이너가 있는 것이니까요."

<사진 = 김용덕기자, 장소제공 = LANT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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