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비만과 성생활

[칼럼]비만과 성생활

기사승인 2008. 11. 06. 20:2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어려서 보던 한국영화의 부자 사장님들은 좋은 양복에 거드름도 피우지만 툭 튀어나온 배가 평소 잘 먹고 산다는 상징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웰빙(well-being)시대’에 비만은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다는 면에서 ‘게으름’과 ‘가난’의 상징으로까지 불리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운동과 노력으로도 살이 안 빠져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섭섭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실제 모든 건강지표들이 비만인에서 좋지 않다는 보고가 나날이 늘고 있고, 남성의 성기능에서도 비만은 성기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된지 오래다.

성관계에 있어 상대의 성적 매력은 필수조건으로, 남성은 시각적인 자극에 약하고 야한 사진만 봐도 성의 환상 속에 쉽게 빠지곤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심각한 비만여성(남들은 괜찮다는데 자신만 비만이라고 우기는 여성들 말고)에게서 성욕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남성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성접촉 자체 보다 전후 분위기나 상대에 대한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에서도, 파트너의 신체적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랑으로 극복이야 되겠지만 기왕이면 모델 같이 멋있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싶은데, 배만 불룩한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보면 성욕의 일부가 식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상대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살 빼라는 핀잔을 주게 되면 비만 당사자는 암암리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잠자리에서도 소극적이 되거나 심인성 기능장애의 요인이 되곤 한다.
심리적인 장애보다 더 직접적인 문제가 있다.

비만하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만 남성들은 대부분 발기기능이 나이 또래보다 떨어진다.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혈관 벽에 상처가 생기거나 혈류를 방해하는 물질들이 끼어 혈관이 조금씩 상하게 되면, 작은 혈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기기능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발기보다 더 중요한 심장이나 뇌로 가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얼마나 심각해질 지는 강조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혈관도 다른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손상은 원인이 없어지면 자연회복이 되나, 한계를 넘어서면 자연회복이 불가능해지므로 심각한 문제가 되기 전에 미리미리 회복시키는 것이 좋겠다.

그러자면 가장 첫걸음은 어렵게 모은 살들을 과감히 버리고 신체대사를 정상화시키고 성인병을 탈출해야 한다. 처음부터 관절을 무리하게 혹사시키지는 말고 가벼운 운동부터 하나씩 실천하며, 계획된 식사로 영양의 과잉공급을 줄여야 한다.

반복되는 운동과 적은 식사에 지친다면, 몸에 좋은(?) 성관계로 칼로리도 소모하고, 자신의 성기능이 조금씩 나아지는지, 파트너가 날씬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좋아하는지도 확인해 보면서, 더욱 기분 좋게 살 빼는 것도 무리하게 굶기만 하는 것보다 월등히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꾸준한 노력으로 살은 빠졌는데 성기능 장애가 만일 지속된다면, 이는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청할 문제다.

(이윤수 조성완 비뇨기과 조성완 원장)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