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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진 KBO, 제2의 쌍방울사태 예고

뒷짐 진 KBO, 제2의 쌍방울사태 예고

기사승인 2008. 11. 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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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관중 500만명 시대를 재현한 프로야구가 히어로즈의 선수 팔아먹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10년 전 '쌍방울 사태'가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자연스럽게 일고 있다.

히어로즈가 14일 좌투수 박성훈과 현금 30억원을 받고 에이스 장원삼을 삼성에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건 쌍방울의 '데자뷔(deja-vu)'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쌍방울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자금난에 처하자 김기태, 박경완, 조규제, 김현욱 등 투타 주축을 모두 현금을 받고 팔았다. 김현욱은 1998년 말 삼성에 20억원에 팔려갔고 장원삼이 10년 만에 30억원으로 역대 트레이드머니 최고액 기록을 새로 썼다.

이번 트레이드를 계기로 줄줄이 사탕으로 선수를 팔았던 쌍방울처럼 히어로즈가 선수 팔기로 연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히어로즈에는 호타준족에 승부근성까지 겸비한 이택근, 또 다른 좌투수 마일영 등 다른 팀이 군침을 흘릴 만한 선수가 더 있다.
지난 1월 창업투자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히어로즈를 창단하게끔 주도적인 노릇을 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

히어로즈가 프로야구단 가입 당시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선수 트레이드시 KBO 사전승인' 등을 안전장치로 내걸었다던 KBO는 막상 트레이드가 단행되자 "일반 트레이드와 똑같다. 우리가 나서서 할 일은 없다"는 무책임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트레이드는 구단 고유의 권한이나 이번에는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현금이 오갔고 결국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사실을 '쌍방울 학습' 효과로 잘 아는 야구팬들은 안전장치를 소홀히 만든 KBO를 비난했다.

KBO 고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KBO가 개입할 부분은 없다. 트레이드는 오직 히어로즈 판단에 달렸다. 5년간 구단 매각 금지는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땐 큰 의미가 없다. 사실 현재 히어로즈가 다른 기업에 매각되는 게 낫다는 바람도 있지 않은가"라며 안전장치는 무용지물이 됐음을 시인했다.

결국 언론이 숱하게 제기했던 KBO의 허술한 안전장치가 부메랑으로 KBO에 타격을 안긴 셈.

12월30일까지 2차 가입금(24억원) 납부, 메인스폰서 선정 등 히어로즈가 풀어야 할 숙제가 제법 만만치 않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건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명백히 입증됐다.

운영을 둘러싼 구단 수뇌부의 의견 충돌도 지적되고 있는 형편이다. 야구단을 계속 운영하자는 쪽과 운영비 등 그동안 투자한 자금만 회수하면 야구단을 매각하자는 쪽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즈가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게 해준 프로야구의 구세주'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음에도 불구, KBO는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 일단 지켜보자는 소극적인 태도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

야구계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코치진 조각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지만 KBO 수뇌부는 아시아시리즈 참관 차 일본 도쿄에 체류 중이다.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로 잠복했던 '히어로즈 폭탄'이 드디어 터졌지만 수뇌부는 16일 결승까지 보고 귀국할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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