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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부 / 강세준 부장 |
경제살리라고 뽑았더니 더 개판이 됐다. 장관들은 하루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검찰, 경찰은 여전히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 열심이다 등등. 술잔이 더해지면서 평소 과묵한 장교 친구가 버럭 울분을 토했다.
"그런 한가한 소리들 마라. 니네들은 집값, 주식 떨어진 정도지만, 우리 공군은 지금 쪽팔려서 죽을 지경이다. 대통령이 군 사기보다 재벌 한 사람 체면을 더 애지중지한다"는 취지였다. 공군 친구가 말하는 것은 제2롯데월드 문제였다.
10년 넘게 끌어온 이 건은 사실상 롯데 뜻대로 허용해주는 쪽으로 정부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말자 재검토를 지시했고, 관료들은 이를 허용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제는 국무총리실의 선언만 남은 단계다.
대통령 당선자용 집무실로 롯데호텔 방을 내주고 연분 있는 인맥을 총동원한 롯데그룹과 신격호 회장이 제대로 한번 성과를 올린 셈이다. 그러나 공군은 이 때부터 일종의 카오스 상태에 빠졌다.
사실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미 결론이 명확히 나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무총리실의 최종 검토한 결과, 그 지점에 555m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은 안보 문제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공항에 배치돼 있는 저속통제기 KA-1의 원활한 작전운용을 위해서는 그 지점에 500m가 넘는 장애물이 있어서는 안된다 등의 이유였다.
"현 정권이 좌파라고 몰아부치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공군의 입장을 반영해 불가 결론을 내렸는데, 도대체 이 정권은 정체성이 뭐냐"고 공군 친구는 울분을 터트렸다. 현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공군은 경제도 모르고 도시개발 상식도 없이 그저 조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있는 집단이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롯데의 계획을 허용하려면 아예 서울공항을 폐쇄하는 방안도 포함시켜 검토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군 전체가 단단히 토라진 셈이다. 더구나 다수 공군장교들은 최근 김은기 공참총장이 임기를 얼마남기지 않고 경질된 것도 롯데 계획에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친구의 표현대로 "노회한 재벌 한 명의 고집 때문에 전 군의 사기를 죽이고 있다"면 이는 참으로 한심하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롯데의 초고층 빌딩은 그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용산이나 상암동, 송도 등지에 추진되는 초고층 빌딩의 경우에는 국제금융센터나 비지니스복합단지라는 개발컨셉이 분명하다. 롯데측은 신격호 회장의 수십년 숙원사업이라는 것 말고는 이 자리에 초고층 빌딩을 지어야할 합리적인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미지수다.
공군도 제2롯데월드를 짓지말라는 주장이 아니다. 단지 전투기 운행하는데 위험하니까 높이를 좀 낮춰달라는 것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제안한 내용 중 하나도 높이가 203m 이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측은 죽어도 국내 최고인 555m로 올려야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무총리실은 곧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만약 이번에 정부가 불과 1년전에 내린 결정을스스로 뒤집고 '경제살리기'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별다는 명분도 없이 롯데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는 또다른 불행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말대로, 시장이 실패할 때 정부는 극약처방도 서슴치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평소에 정부가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지않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수뇌부의 눈치를 보며 덜컥덜컥 명분없는 특혜를 베푼다면 그 정부는 정작 필요할 때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허수아비 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