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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준 / 기동취재부장 |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좌우명이나 인생철학은 액자에 써 붙혀 놓는다고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행동으로 실천하고 사회 속에서 현실화시킬 때 그 좌우명은 비로소 본인과 인류공동체에 유익한 가치가 된다.
특히 기업의 경우 그 흥망성쇠는 전적으로 오너의 철학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250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멍청한 오너가 제대로 된 기업을 일군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러나 최근 롯데가 '빼빼로'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보여준 자세는 신 부회장의 좌우명이 과연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 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최초로 당국에 신고한 피해 당사자에게 선물세트 하나 주고 입을 막으려고 하는 가하면,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파문 축소에만 급급하다.
롯데는 나아가 이 사건을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보도한 <아시아투데이>를 제소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독극물'이라는 표현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독극물은 말 그래도 독물 혹은 극물을 일컫는 단어다. 쉽게 말해 섭취할 경우 사람 건강에 좋지 않은 물질은 다 독극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빼빼로를 먹고 심한 두통과 복통, 전신마비 초기 증세로 인해 회사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과문해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독극물이 아니고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롯데 자체 조사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외부 유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포장과정 또는 제품 보관 과정에서 독극물이 먹는 내용물로 스며들어가는 바람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그 물질에 대한 표현이 무엇이 되었든지 차치하고, 롯데로서는 즉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 했어야 한다. 그것이 신 부회장이 철학이라고 강조하는 '현자'의 자세일 것이다.
물론 <아시아투데이>의 보도로 인해 롯데로서는 영업에 다소간의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언론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보도하거나 거짓을 논한다면 당연히 그 상대방 피해자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보상과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롯데의 이러한 제소방침 통보가 사실상 오만감에서 나온 '협박'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참고로 이번 '빼빼로' 사건에 대한 보도는 전적으로 필자가 책임지고 있는 부서 기자들이 필자의 지휘를 받아 취재 보도한 것인만큼 제소하려면 필자 하나만 하면 될 것이고, 더 이상 현장기자들이나 여타 <아시아투데이> 관련인들에게 제소 운운하며 협박하지 말 것을 롯데측에 정중히 부탁한다.
사실 오늘날 롯데가 이처럼 오만감에 차있는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롯데는 먹거리 입을거리를 중심으로 그룹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국내 소비자들을 통해서 얻고 있다. 그런다 보니 수출기업과 달리 국내 광고가 많다. 이는 곧 언론기관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로 이어졌고, 나아가 주요 광고주로서 사실상 언론에 대해 '갑'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 더구나 현재 그룹 홍보책임자도 중앙일간지 출신이다보니, 대다수 언론들은 롯데에 관한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빼빼로' 정도의 뉴스밸류라면 응당 모든 지면이나 전파를 탈만한 사안인데도 <아시아투데이>이외 그 어떤 매체도 지금까지 빼빼로의 '빼'자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언론 매체에 대한 이러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롯데는 <아시아투테이>에 말같지 않은 사유를 들이대며 '제소'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뇌물공여지수(BPI)'가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경언(經言)유착이라고 할 수 있다.
애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라고 하는데, 불행하게도 롯데에게도 이런 고언을 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망해가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 제너널모터스(GM)의 태도를 보라.
"우리가 소비자들을 실망시켰으며 때로는 신뢰를 저버리고 소비자들을 배신했다." GM이 오토모티브뉴스 최신호에 '미국민에게 보내는 GM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전면 광고의 내용이다.
GM에게서 망하는 것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먹여살려준 소비자 또는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겸손함을 나타낼 수 있는 용기를 배우라는 말이다.
그래야 신동빈 부회장도 진정 '타협과 겸손을 아는 현자'라는 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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