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최근 자사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그린 프라이스’(가격정찰제)제도가 1년 만에 뿌리채 흔들리고 있어 ‘백화점이 재래시장만도 못하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그린 프라이스’제도 도입으로 가격정찰제를 주도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아시아투데이>의 현장확인 결과 신사복, 여성복 등에서 광범위하게 변칙적인 임의할인이 이루어지고 있어 제 값 주고 산 소비자들만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세일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흥정만 잘 하면 변칙적인 할인을 해주는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정상가격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상품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하기까지 했다.
주부 오지선(가명ㆍ40)씨는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칠순을 맞이한 친정어머니를 위해 480만원짜리 모피코트를 구입했다. 그러나 이튿날 다시 백화점에 가보니 동일 상품이 800만원으로 껑충 뛰어있었다.
오씨는 “분명히 할인이 아닌 정상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했는데, 하루아침에 800만원짜리로 둔갑해 있었다”면서 “이제는 백화점 가격을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모피 브랜드의 점원은 “다른 모피매장은 정상가격을 임의로 부풀려 놓은 상태에서 40%할인을 해주고 있지만 우리 매장은 정상적인 가격에서 30%할인해 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돼 있는 A,B,C 모피브랜드의 경우, 세일기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상가격에서 30~40%를 할인판매하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은 고가의 여성복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안윤정모드의 경우, 상품의 정상가격표를 고객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교체하기도 했다. 이 매장 점원은 고객이 보는 앞에서 118만원짜리 가격표 대신 99만8000원 짜리 가격표로 바꾸고는 40%할인을 제안했다.
이를 본 소비자 L(41.여)씨는 "점원에게 '왜 가격표를 바꾸느냐?'고 묻자 '잘못 붙인 것'이라며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어쩐지 백화점이 물건값을 속인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뻬띠앙트 점원은 “홍콩에서 직수입한 1395만원짜리 모피코트를 50%할인해 주겠다”며 “세일기간은 아니지만 특별히 (브랜드)본사에 부탁해 이곳(롯데백화점 본점)에서만 50%할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복 브랜드 역시 송년 세일기간에 맞춰 시즌오프 세일행사를 단행하며 ‘그린 프라이스’제도를 파괴한 바 있는데, 세일 이후에도 변칙세일은 계속되고 있었다.
신사복브랜드 다반은 신상품인 77만원짜리 신사정장 한 벌을 50%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직장인 박종현(46)씨는 “요즘 백화점에서 제 값주고 사면 바보소리 듣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면서 "요즘 재래시장도 가격정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곳이 많은데, 굳이 비싼 값을 주고 백화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에대해 롯데백화점 여성정장 매입팀 관계자는 “세일이 끝나면 종전거래가격으로 환원시켜야 하는데, 매출이 워낙 저조하다보니 일부 브랜드에서 가격을 임의로 깎아주는 것 같다”면서 “내년 봄 시즌부터는 가격정찰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세일기간이 아닌데도 임의로 깎아주거나 가격을 마음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제재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소비자로부터 오인의 소지가 충분히 있고, 소비자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 본점 각 층별로 진행되고 있는 기획 행사용 ‘매대’운영마저 무분별하게 마구잡이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마치 재래시장을 방불케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하 1층 잡화매장과 각 층 의류매장에서는 옷이 산처럼 쌓인 기획행사용 매대를 둘러싸고 좋은 물건을 먼저 차지하려고 밀고 당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김혜원씨(29ㆍ여)는 “재래시장도 이 정도는 아닌거 같다”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 좋은 물건을 구입하러 나왔는데 완전히 시장통같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