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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량, 한달에 10kg이상, 효과 없으면 전액 환불’
20대 직장여성 A씨는 인터넷 광고 문구에 솔깃해 서울 신촌의 한 비만관리실을 찾았다. 관리실 원장은 “1주일동안 잘만 따라주면 5kg는 문제없다”면서 고주파를 이용한 시술, 샌드, 경락마사지 등 코스 프로그램을 권유했다. A씨는 경락마사지 10회 100만원(1회 무료), 핫젤 8만원, 고주파기계 시술을 포함해 모두 180만원을 지불했다.
◇ 1달 2~3백만원 고주파 시술...효과 없어
핫젤을 바르고 고주파 기계 시술을 받은 후 샌드(열기계)에 들어가 땀을 내는 게 주된 시술. 그리고 이틀에 한번꼴로 전신경락마사지를 받았다. 원장은 “시술 후 2시간동안은 절대 음식은 물론 물 한모금도 먹어선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A씨는 1주일만에 무려 3kg을 감량했지만, 2주차에선 감량이 더디게 일어났다. 1달 관리가 끝나고 1주일도 안돼 다시 원래 몸무게로 되돌아왔다. 감량 후 폭식도 문제였지만 요요현상은 심각했다. 결국 수분만 빠지고 체지방은 그대로였던 셈이다. A씨는 비만관리실을 다시 찾아야 하나 고민중이다. 고통없이 쉽게 빼주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다.
이처럼 고주파+엔더몰로지+지방분해 레이저시술법과 PPC 지방 파괴주사, HPL 레이저 지방 용해술, 다이나믹 지방 파괴술, 미니 지방흡입 등을 이용해 살을 빼주는 비만피부관리실은 한달 200만~300만원 비용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시술은 체지방을 빼는 것이 아니라 몸의 수분을 빼내는 이른바 단식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주파 기계는 40도 이상의 열을 내면서 지방을 분해해준다고 홍보하지만, 사실 비만치료기기가 아니라 근육통 등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의료기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시술자들이 시술 후 효과를 보기보다 체지방만 더 늘어나거나 심지어 피부트러블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
◇ ‘자살충동 부르는’ 간질약, 살빼는 약으로 둔갑..
“순간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삼일 먹고 나니까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손이 너무 떨려요”. “불면증으로 잠을 못자서 몸이 너무 피곤하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다이어트 약을 먹은 후 나타난 이상 증세들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얘기다. 이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부작용은 불면증, 우울증과 조증을 넘나드는 불안정한 심리상태, 몸의 떨림, 헛구역질 등이다.
비만을 치료하는 병의원 대부분이 식약청이나 제약사의 병용금지 원칙을 무시한 채 검증되지 않은 감기약과 간질약, 항우울제, 고혈압약, 이뇨제 등 허가외 식욕억제제를 향정약품과 함께 무차별적으로 섞어 사용하고 있다. 향정약품의 고유 효능과 효과는 비만치료가 아니지만 부차적 효능에 식욕억제 효과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이 자살충동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구를 부착하도록 지시한 토피라메이트 성분의 간질 치료제 경우 국내에서 식욕억제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업계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케어 자료에 따르면 전체 토피라메이트 성분 처방 가운데 일반의원이나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에서 식욕억제를 목적으로 처방하는 비율이 40%에서 많게는 80% 가까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피라메이트 성분은 어지러움이나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으로 최근 FDA 조사 결과 자살충동과 자살시도를 2배나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2년 전 경기도에 사는 한 20대 여성이 다이어트 약 복용 중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일도 있다.
현재 국내에 비만치료제로 정식 허가된 의약품은 식욕억제제인 리덕틸과 지방대사 억제제인 제니칼 두 종류뿐. 하지만 식욕억제제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역시 부작용도 주의해야 할 약품이다. 리덕틸 등 식욕억제제에 함유된 시부트라민 성분은 급격한 감정변화 등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어 복용시 의료진의 모니터링이 꼭 필요하며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정신질환,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강재헌 인제백병원 비만클리닉 교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식욕억제제의 양을 늘리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며 “효과가 있더라도 복용을 3개월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조언했다.
◇ ‘간경변치료주사’가 ‘살 빼는 주사’로 ‘인기몰이중’
최근엔 서울 지역의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클리닉을 중심으로 PPC(리포디졸브)주사, 일명 ‘살빼는 주사’가 인기몰이중이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이 시술을 이용하여 전성기때의 몸매를 되찾았다고 해서 ‘브리트니 주사’, ‘할리우드 주사’, ‘제2의 보톡스’로도 불리며 특히 20-30대 젊은 직장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마취가 필요없고, 5~10분정도 소요되는 짧은 시술시간과 허벅지, 복부, 팔, 얼굴 등 특정부위 군살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가격은 시술 부위와 횟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PC주사제의 사용은 아직까지 매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번 시술시 짧은 시간에 수십 번의 주사제를 투여하고 있어 위험성이 따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PPC는 원래 간경변에 의한 간성혼수의 보조치료제로 인정된 약물이기 때문에 지방 분해 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 연구 초기 단계라 안전성이나 유효성에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이어트엔 왕도가 없다”며 “무조건 적게 먹고 적당히 운동하는 게 비법”이라고 원칙을 강조한다. 1달에 1Kg씩이면 1년에 무려 12kg을 뺄 수 있다는 것. ‘토끼보다 거북이가 빠르다’는 동화 속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