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강제 해고로 변질되고 있는 ‘잡 셰어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1603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09. 03. 03. 14:38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임금을 삭감해 고용을 늘리자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 강제 해고로 변질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잡 셰어링을 주도하고 있는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에서도 해고와 다름없는 일방적인 희망퇴직 압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근무 평점이 낮은 사원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동료 직원들의 위로금 갹출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는 모양이다. 고통 분담의 취지가 무색하다.

강제 희망퇴직은 10∼15%의 인력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공기업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 감소로는 인력 감축 비율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관리공사는 최근 7년 이상 근속 직원 60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이 부진하자 일부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1차 희망퇴직 신청자가 목표에 미달하자 2차 신청까지 받았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명퇴 찬반투표를 실시한 후 지난해 말에 487명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내보냈다.

공기업 뿐 만이 아니다. 민간 대기업에서도 형식은 희망퇴직이지만 강제퇴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임원 연봉을 깎아 신입사원 잡 셰어링에 동참한다고 선언한 한화의 경우 일부 직원들에게 사실상의 강제 퇴직을 권유했다고 노조 측이 주장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달 중간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고참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기업들이 정부의 잡 셰어링 정책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도 뒤로는 슬그머니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와 기업의 잡 셰어링이 생색내기용 포장 상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근로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노·사·민·정 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다.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곧 노·사·민·정 합의사항의 이행을 점검하는 기구를 구성해 고용안정제도 확대 등을 점검한다고 한다. 기업들이 고용유지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엊그제 3.1절 기념사에서 “외환위기 때 금붙이를 모으던 정신이 지금 일자리를 나누는 정신으로 되살아났다“고 잡 셰어링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