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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서 예수 등장 광고, 삼성전자 곤욕

레바논서 예수 등장 광고, 삼성전자 곤욕

기사승인 2009. 04. 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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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광고제작사서 무단으로 제작해 게재"
 레바논 일간지에 지난 주 실린 삼성전자 카메라 광고카피. 오른쪽 위에 삼성 로고가, 아래에 삼성카메라가 소개돼 있다.
지난주 레바논의 한 일간신문에 눈에 확 띄는 광고가 실렸다.

예수 차림의 남자가 수녀들을 쭉 모아놓고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광고 오른쪽 위에는 삼성 로고가, 아래에는 삼성 카메라가 실려있었다.

이슬람교가 일반적인 중동지역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시각에 따라서는 쇼킹한 광고가 아닐 수 없었다.

당장 삼성전자에 비상이 결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일 “이 광고는 두바이의 광고제작사 ‘FP7’이 제작해 신문에 실은 것으로 삼성이 광고 제작을 의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FP7은 지난 18일 개최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링스 광고제에서 삼성전자 광고로 금상 두 개와 은상 하나를 수상하면서, ‘올해의 광고사’로 선정됐다.

FP7가 금상을 수상한 광고는 예수가 수녀들의 단체사진을 삼성 카메라(SL310W)로 촬영하는 내용이다.

FP7가 상을 받은 광고에는 속옷 차림의 여교사가 삼성카메라로 남학생들의 단체사진을 찍는 내용의 광고와 삼성세탁기 광고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지난주 이 작품 중 예수가 수녀들의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광고가 레바논의 일간지 ‘Al Mostakbal’ 에 실리면서 불거졌다.

중동지역에서 종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광고로 소개되자 기독교의 상징에 대한 공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당연히 삼성전자는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써니 황 삼성전자 바레인 지사장은 “문제의 광고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FP7에 광고캠페인을 의뢰하거나 승인한 적이 없다”며, “삼성은 모든 문화와 지역에 대해 존중하며 그렇게 문화적으로 민감한 광고를 만들지도 승인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삼성과 레바논인들에 해를 끼친 FP7의 위험한 행동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FP7가 광고제 수상을 위해 임의로 광고를 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광고제 수상작인 삼성전자 세탁기 제품(WF338AAB)은 지역에서 판매되지도 않는 미국형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다.

링스 광고제 조직위원회는 비판을 의식해 FP7의 수상작들을 인터넷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곧 수상자격을 박탈했다. 올해의 광고사도 취소될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토마스 링스 광고제 조직위원장은 “고객의 승인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FP7이 삼성전자의 의뢰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를 속였다”고 말했다.

FP7도 레바논 언론에 “광고 논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광고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레바논인들에게 사과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FP7의 묘한 발언이 또 한번 논란을 키우고 있다. FP7이 “광고를 공격하는 진영이 이번 일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광고제작사 FP7은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광고제 조직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조직위는 어떻게 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 상을 받게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편 올해가 3회째인 링스 광고제에서 이전에도 정식 의뢰광고가 아닌 작품이 상을 받아 계속 문제가 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광고제에서도 FP7이 제작한 니산의 광고가 같은 문제로 수상에 앞서 후보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종교 문제 외에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광고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광고제 수상을 위해 다량의 임의작품을 제출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거래한 적도 없는 광고제작사가 광고제 수상을 위해 임의로 광고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일간지에 광고를 실으면서 피해를 입었다”며 “광고가 공개돼 논란이 커지면서 이를 알게됐고 제작사에 클레임을 걸었다”고 말했다.

한편, 광고제작사가 수상을 위해 임의로 광고를 제작했더라도 광고제 상을 탄 18일 이후 신문에 광고를 낸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광고제에서 상을 타기 위해서는 사전에 광고가 집행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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