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를 포함한 일부 극동 러시아 지역이 고구려 지배하에 있었다는 기록은 여러 문헌에 나오지만 그간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이같은 사실은 동북아역사재단과 부경대, 러시아 극동과학원이 지난해에 이어 최근 염주성에서 20일간 공동유물발굴작업을 벌인 결과 드러났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주거지 2곳과 저잣거리 등으로 추정되는 터 등 3곳에서 시루, 도자기 파편, 허리띠, 농기구, 기와 가마터 등 유물이 다량으로 나왔다.
특히 발굴현장 가운데 한 곳의 깊이 2m 가까운 지점에서는 부뚜막과 시루 등이 나왔고 벽면에는 주거지임을 확인시키는 검은띠가 나타나 이른 발해 또는 고구려시대의 주거지였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둘레 1.2㎞의 성터에서는 돌로 지반을 다지고 흙으로 덮는 토석혼축(土石混築) 방식의 성터와 옹성(甕城: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큰 성문 밖에 쌓은 작은 성)이 발견돼 이 성이 고구려시대 성이거나 고구려의 축조방식을 배운 이른 시기의 발해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굴을 책임진 부경대 강인욱 교수는 "이 정도의 깊이를 판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곳에서 집터가 발견되고 시루 등 유물이 나온 것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라며 "성의 축조방식이나 유물 등을 놓고 볼때 이른 발해 또는 그 이전 고구려 시대의 것일 수도 있어 앞으로 추가발굴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성의 우물터에서는 거란의 토기가 발견돼 이 성이 거란에 의해 멸망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성 외곽에 여진족 고분이 200여개나 발견됨에 따라 이 성의 주인이 고구려(?)-발해-거란-여진족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