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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트위터의 명암

[칼럼]트위터의 명암

기사승인 2009. 08. 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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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톈안먼 민주화 운동이 벌어진 1989년, 당시 중국 공안당국은 언론과 모든 통신매체를 통제했다. 하지만 딱 하나 막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팩시밀리였다. 이 팩시밀리를 통해 중국 상황이 미국 사회에 직보(直報)됐다.

1991년 6월 슬로베니아에 유고가 쳐들어온다. 그 때도 역시 해외로 통하는 모든 통신수단은 유고에 의해 끊겼다. 그러나 이 지역 대학생들은 현지 상황을 서방세계에 속속 알렸다. PC통신망을 이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고에 분노하는 국제 여론은 가마솥 끓듯 뜨거웠다.       
  
최근엔 어떨까. 이란 상황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아마디네자드의 대통령 당선을 용납할 수 없다’며 촉발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정부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이 상황이 전달된 데에는 인터넷 특히 트위터라는 마이크로 블로그가 톡톡히 역할을 담당했다.

통신 수단의 발달과 민주화의 진척도는 이렇게 정비례한다. 이란 민주화의 이기가 된 트위터는 지금 IT선진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예인, 체육인 뿐 아니라 정치인에게까지 이 디지털 소통 수단이 각광받고 있다.

트위터에는 한 가지 제약이 있다. 포스트 당 140자 넘는 글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제약이 아니었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이었다. ‘짧게 써야만 하는 점’은 관리자에게 연재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장치가 되고 있고, 이용자에게는 짧고 선명한 글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트위터는 또 새로운 1인 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독자(팔로워)가 10만 명이 있다고 치자. 그럴 경우, 그 10만은 관리자의 고정 독자가 된다. 따라서 트위터의 등장은 기성 언론의 영향력 독점을 완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단문 소통’은 다른 곳에 비해 꽤 보편화돼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세상이다. 또 남 얘기를 잘 안 듣는 세상이다. ‘진실은 간결하고 거짓은 장황하다’라는 인식이 광범하게 퍼졌다. 때문에 한국은 트위터 흥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이용량을 보라. 인구 대비 세계 최강이다.

물론 짧은 글에 대한 편견도 있다. ‘깊이 있는 글이 아니다’라는 인식 때문이다. 긴 글쓰기 문화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한 박사는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했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라도 어떤 미디어를 통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걱정이다. 트위터를 비롯한 모든 인터넷 소통수단은 신속하고 명료하지만 상대의 속내 및 본질까지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위터를 의견 표출 뿐 아니라 남의 입장을 경청하는 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사회를 일컬어 소통 부재의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확산되는 트위터 문화 속에 이러한 소통의 가치가 배제된다면, 트위터 또한 주장 과잉의 시대, 또 하나의 언어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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