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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남의 떡만 커보이는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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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승인 : 2010. 02. 03. 06:05

경제부 정경진
        정경진 / 경제부

새해 들어 증권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펀드판매사 이동제였다.

그 동안 서비스에 불만이 있더라도 그냥 참아야만 했던 투자자들은 이 제도 시행에 따라 환매수수료 부담 없이 자유롭게 펀드자산을 옮겨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펀드판매사 이동제를 기다려 온 것은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자산관리에서의 강점을 내세워 은행권에서 펀드자산을 가져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펀드 판매사 변경 건수는 1123건(237억원)으로,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판매사 변경이 가능한 총 펀드 규모 116조원의 0.0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를 놓고 순조로운 출발이라는 의견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상대적으로 후자의 비중이 많은 것 같다.

이처럼 판매사 이동제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마다 차별화된 자산관리 노하우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수준이 고만고만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의 평가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낮은 수수료에 모아질 수밖에 없지만 제도 시행 이후 판매보수나 수수료를 낮춘 곳은 한 곳도 없는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은행이 고객에게 해주는 것 없이 수수료만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었다"며 "하지만 막상 증권사에 돈이 모이기 시작하니까 옛 생각은 잊어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남이 쥐고 있는 떡은 커보이는데, 내 떡은 아무리 봐도 작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인색한 것은 암묵적인 담합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향력 있는 대형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제동을 걸면 중소형 업체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업계의 현실"이라며 "실제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도 겉으로만 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는 금융당국의 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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