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와 프랑스 INSEAD 경영대학원을 나와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작가 겸 코미디언으로 전업한 로런스 쇼터(39)가 쓴 '옵티미스트'(부키 펴냄)가 출간된 것.
쇼터는 '아침마다 침대에서 뛰쳐나올 만큼 즐거운 인생의 비결'을 책으로 쓰기 위해 세상의 낙관주의자들을 찾아다녔다.
그가 말 한마디라도 섞은 이들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해럴드 핀터, 홀로코스트 생존자 트루디 레비, 남아프리카공화국 명예 대주교 데스먼드 투투,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미국 강경보수파 존 볼턴 전 유엔 대사, 약자의 인권 보호에 적극적인 할리우드 배우 애슐리 주드 등 쟁쟁한 인사다.
주류 언론사에 속한 언론인도 아니고, 이름난 작가도 아닌 쇼터의 인터뷰 요청이 쉽게 성사될 리는 없었다. 그는 친구들의 자잘한 인맥을 총동원하고 적당히 허풍도 치며 아프리카로, 아메리카로, 아시아로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그렇게 탄생된 이 책은 그 과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여정을 그대로 담은 취재 일기다. 저자는 재치와 익살 가득한 입담으로 낙관주의자들을 어떻게 만났으며 그들이 어떤 비법을 들려줬는지 전해준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만나는 모든 사람과 즐겁게 지내고 삶의 매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는다면 당신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어마어마해진다"고 언급한다.
탐험가 스티브 브룩스는 "11시간 얼어붙을 듯한 바닷물 위에 표류했으니 낙관적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죽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르완다 학살 생존자 임마쿨레 일리바기자는 "믿음이 있으면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로부터 "희망은 낙관주의와 다르다"거나 "성경에는 정말이지 귀한 말씀이 있다. 세상을 창조하시기 전부터 주님은 당신을 선택했다는 것" 같은 말도 듣는다.
저자의 눈과 귀에서 두어 차례 걸러진 명언들은 대부분 지당한 말씀 이지만, 어쩐지 사기 처럼 들리기도 한다. 깨달은 자에게는 당연한 이치이나 깨닫지 못한 자에게는 변죽울리는 소리에 불과하기 때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기까지 세상을 한 바퀴 돌아온 저자가 겨우겨우 깨달은 이치는 간단하다. 사람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
저자는 자기계발 전문가처럼 거창한 말들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승처럼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도 아니다. 여자친구나 친구들과의 황당한 일화까지 자기 비하 유머 를 섞어 풀어놓는 이 책은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에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가꾸면 된다"는 저자의 담백한 한 마디는 행복한 인생과 성공의 비결을 떠벌리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들을 가뿐히 넘어선다.
정숙영 옮김. 444쪽.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