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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임원들, ‘스마트폰 스트레스’

40~50대 임원들, ‘스마트폰 스트레스’

기사승인 2010. 02. 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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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첨단경영필수품이라는데...유행에 뒤쳐지긴 싫고, 돋보기 쓰고 봐야하나?

#대기업 임원인 김모 씨(48)는 요즘 휴대전화를 두 대 들고 다닌다. 하나는 본인이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에서 지급받은 스마트폰이다. 김 씨는 공식 석상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놓지만 실제 통화는 모두 구식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그는 "스마트폰 사용법이 복잡해 예전 휴대전화를 쓴다"며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이 싫어 들고 다니지만 사용하기는 일반 휴대전화가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정보기기(IT)에 익숙치 않은 대기업의 40~50대 중견간부들이 스마트폰 스트레스 에 시달리고 있다. 
 
 손안의 PC 라고 불리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이 지난해 말 국내에 첫 출시된 이후 스마트폰 열풍이 일면서 두산과 포스코, 코오롱, 등 일부 대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이를 일괄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음성통화 외에도 다양한 컴퓨팅 기능을 갖춰 업무활용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유행에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일부 기업 임원들은 자비로 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어르신 들이 사용하기에는 스마트폰 사용법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 일부 중견 간부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공포증 까지 호소할 정도로 극심한 스마트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 등에서 지급받은 스마트폰 대신 일반 휴대전화를 쓰거나, 비싸게 주고 구입한 스마트폰을 통화 나 전시 용도로만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터넷에 사용법과 앱 활용법 등이 올라오지만 IT 용어가 익숙지 않은 이들에겐 해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회사로부터 스마트폰을 지급 받은 한 통신업계 임원은 결국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넘겨 줬다. 이 임원의 경우 사용법 자체를 떠나서 신체적 한계로 이용이 불가능했다. 평소 신문을 볼때도 돋보기를 쓰고 봐야 하는데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마트폰은 음성통화가 되는 작은 PC 로 알고 있다. 그러나 화면속의 콘텐츠를 보려면 (보이지가 않아) 거의 절망상태"라며 "하지만 업무 특성상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담이 커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국내 주요 인터넷포털업체의 한 임원도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부하직원들을 들들 볶아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임원은 아무리 해도 메일 연동을 못하겠다며 "누가 이런 내 모습을 볼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모바일 콘텐츠를 직접 다루는 업체 임원으로 부끄럽다는 것이다. 대신 이러한 스트레스는 부하직원들에 고스란히 넘어간다. 메일 연동은 물론 콘텐츠 다운로드 등 모든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서 부하직원 중 한명을 뽑아 전담 인력 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한 임원은 "현재 대부분 임원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지급되고 있는데 보통 50대로 접어든 중견들이 스마트폰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스마트폰 사용방법이 어려워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스마트폰 도입에 따른 역효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프랑스텔레콤의 직원 25명이 구조조정과 퇴근해서도 스마트폰 이메일로 업무를 봐야 한다는 압박 등을 이유로 자살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휴대폰의 발전으로 현장상황 등을 전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굳이 도입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스마트폰이 도입되면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업무를 해야 하는 부담도 생길 수 있어 퇴근의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 향상과 원가 절감 등에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한 동안 스마트폰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KT가 스마트폰 클래스 를 여는 등 스마트폰 사용법 전파에 힘쓰고 있지만, 여러모로 중장년 임원들의 스트레스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너무 많은 기능을 담고 있어 대중화를 위해서는 좀더 사용하기 쉽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10대 청소년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라고 할 수 있지만 40대 후반 정도 접어들면 사용법을 배워도 활용이 힘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통신사와 제조사 등은 스마트폰 사용법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니콜 옴니아 아카데미 를 통해 옴니아 사용법 및 GPS, 트위터 등의 이용법을 사용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KT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아이폰 사용법 강좌를 열었는데, 회당 30명 모집에 신청자가 2700여명이나 몰렸다. 지난달 말에는 일반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쇼 스마트폰 아카데미 를 서울에서 열고, 이달부터 각 구청이나 백화점의 문화센터와 연계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강미·김효정·고수정 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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