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으니 질서를 지키자, 자가용 승용차는 짝·홀수로 번갈아 운행하자, 서양 사람은 체구가 크니까 중형택시를 도입해서 태우자, 외국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영어를 배우자고 했다.
당시 정부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이 말을 자주 사용했다. 올림픽에 '올인'했던 것이다.
똑같은 말이 14년 후에도 반복되었다.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다'는 말이 또 나온 것이다. 세계가 보아준 덕분인지, 우리는 서울 올림픽에서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축구대회에서도 '4강 신화'를 이룩했다. '구호(?)'가 똑같더니 성적까지 닮은꼴이었다.
그리고, 지금 또 비슷한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가 보고 있다'는 말이 밖에서 들려오고 있다.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는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미국의 뉴스위크가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을 소개하면서 "세계가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로 약진하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배우자'는 사설을 썼다. 이에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5월까지 한국의 산업전략과 기업 성공사례 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발전전략인 '산업구조 비전'을 수립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얘기였다.
오늘날 벤치마킹은 제품의 장점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노하우까지 알아낼 정도로 치밀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나사못이 박혀 있는 상태를 보고 근로자들이 어떤 위치에서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조립라인까지 추정할 수 있다. 개발체계와 생산체계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반격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경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경제회복이 가장 빠르다", "국격(國格)이 높아지고 있다"는 등 자화자찬은 큰일날 수 있다. 세계가 우리를 들여다보고 나서 코웃음을 치도록 만들면 안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