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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아하 이런법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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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1. 01. 12. 10:25

[아시아투데이=최석진 기자]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의 ‘무상급식 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지방자치법 172조 1항에 따라 오 시장은 시의회에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했지만 시의회가 조례안을 다시 의결하면서 무상급식 조례가 확정됐습니다.

오 시장은 한때 지방자치법 172조 3항에 따라 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집행정지결정을 함께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법부를 통해 법적 심판을 받는 대신 ‘주민투표’라는 정치적 심판을 받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법에서는 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기간을 ‘재의결된 날로부터 20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강행하면서 이 기간을 지나게 되면 더 이상 대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툴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게 됩니다.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재의결한 것이 지난해 12월 30일이니까 이달 19일이 지나면 무상급식 조례는 주민투표를 통해 운명이 결정되거나, 주민투표가 무산될 경우 그대로 확정돼 집행될 것입니다.

◇합의점이 안 보이는 서울시-시의회의 대립 상황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 동의 요구서를 17일 시의회에 정식으로 낼 예정”이라며 “시의회 민주당 측이 주민투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시의회에 청구 취지 등을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오 시장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하나에 발목이 잡혀 교착상태에 빠진 서울시정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서울의 미래와 시민의 삶이 무참히 외면당하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에 전면무상급식 시행 여부에 대한 시민여러분의 뜻을 묻고자 하는 것”이라며 주민투표 실시를 제안했습니다.

실제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와의 이번 갈등으로 ‘서해뱃길사업’, ‘한강예술섬사업’ 등 역점 추진 사업의 예산을 삭감 당했습니다.

반면 서울시의회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은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안’ 기자회견 직후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안은 서울시와 시의회 간의 파행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정치적 술수이며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라며 오 시장의 제안에 대한 거절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 시의회는 “오 시장이 시교육청과 자치구 예산에 대해서까지 주민투표를 제안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오 시장이 무상급식으로 220개 사업의 예산이 삭감되고 시민 삶 전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회의 예산안 심사·확정권을 부정하는 지방권력 독재의 망령이 서려있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오 시장의 주민투표 선택에 대한 평가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 조례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제안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이념이나 오 시장 개인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오 시장이 시의회에서 의결한 조례에 대한 집행을 거부하면서 다른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선택 교수는 “무상급식 자체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를 떠나서 일단 시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됐고 예산안이 편성됐으면 서울 시장은 집행을 하면서 다투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의 경우 정반대 상황으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켜버렸는데 정부가 예산 집행을 거부한다면 말이 되겠는가?”라며 “주민투표가 지방의회를 무력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돼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독재 정권이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미명하에 국민투표를 악용했던 경우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또 김 교수는 “이번 사안이 과연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지 조차 의문”이라며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시에서 고작 6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무상급식 문제를 갖고 적잖은 예산이 들어가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국대학교 법학과 임현 교수는 “서울시에서 대법원에의 제소를 고려한 것은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이번 조례와 예산안이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는 예산안에 새로운 지출항목을 설치하거나 증액하지 못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127조 3항에 위반해 서울시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 같다”며 “오 시장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 무상급식 조례안의 실체적 내용보다는 재의결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에 관한 문제가 우선적으로 판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 시장의 결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재경 법원의 A부장판사는 “오 시장은 법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본인이 판단했을 때 대법원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불리하다거나 재판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주민들의 직접적인 의견을 묻고 그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겠다는 것이 나쁜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주민투표 실시 가능할까?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쉽지도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과연 주민투표의 대상인지가, 현실적으로는 주민투표를 발의하기 위한 주민들의 서명을 얻고 주민투표를 실시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서울시는 ‘12일 시의회에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 청구서를 제출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주민투표 동의 요구서를 17일 시의회에 정식 의안으로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의 요구서가 시의회에 제출되면 시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채택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의회 의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측이 이미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시의회에서 주민투표 실시가 결정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시의회에서 주민투표 동의 요구안이 부결되면 결국 투표권을 가진 만 19세 이상 주민의 5% 이상이 서명해 오 시장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형태로 주민투표가 발의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1월 현재 총 투표권자가 836만83명이기 때문에 5%인 41만8005명의 서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이 주민투표 발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곧 이들이 주축이 되어 주민투표에 찬성하는 서울시 주민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하겠지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주민투표법은 지자체 내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 선거일 전 60일부터는 주민투표 발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재·보궐 선거 일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시의회와 서울시 양측은 무상급식 조례에 대한 사항이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시의회 측은 ‘예산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 측은 ‘정책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주민투표의 대상에 대해 지방자치법 14조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 등’이라고 정하고 있고 주민투표법 7조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써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주민투표법에서는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들을 열거해 놓았는데 이 중에는 ‘재판 중인 사항’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에의 제소와 주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질 수는 없습니다.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결과가 확정되게 됩니다.

하지만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되는 때에는 개표를 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찬성과 반대 어느 한쪽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주민투표 결과가 확정이 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는 주민투표결과 확정된 내용대로 행정·재정상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주민투표법은 정하고 있습니다. 또 주민투표결과 확정된 사항에 대해 2년 이내에는 이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 조례가 갖는 의미

사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아이가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찬성 입장이나 ‘재벌의 자녀들에게까지 예산을 낭비해가며 공짜밥을 먹여야 하느냐’는 반대 입장의 의견 모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또 실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안은 단계적으로 초·중·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점에서, 또 가장 대상자가 많은 수도 서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정부 여당과 민주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에서의 향후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느냐의 갈림길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무상보육’까지 밀어 붙일 기세인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이같은 정책들이 예산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 없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가고 있는 만큼 양측이 타협점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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