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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전혜경 국립식량과학원장

[스페셜리포트]전혜경 국립식량과학원장

기사승인 2011. 01. 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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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유민천의 정신으로 국민들에게 안정적 먹을거리 공급하겠다”
전혜경 국립식량과학원장  /이병화 기자 photolbh@
[아시아투데이=정해용 기자] 우리나라 식량의 과학화와 산업화를 이끌고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이 기관은 지난 70년대 ‘통일벼’ 개발을 통해 우리민족의 염원이었던 쌀의 자급자족을 이룬 한국농업의 선봉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해 5월에는 바이오에너지용 품종인 거대억새1호를 개발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연구분야의 폭을 조금씩 그러나 꾸준하게 넓혀 가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가장 앞자리에서 조용한 변화를 이끄는 전혜경 원장을 경기도 수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농자정본 식유민천(農者政本 食惟民天·농사는 정치의 근본이며, 먹는 것은 백성들에게 하늘처럼 귀한 것이다)이란 말을 인용하며 농업 진흥에 몸 담는 자긍심을 드러내며 인터뷰에 응했다.

-지금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농촌 발전을 위해 연구해 왔다. 원장으로 취임한 후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분야이며 그 이유는.

△최근 더욱 다양해지고 고급화된 소비자의 요구, FTA 등 국가간 교역자유화와 같은 내·외적 변화에 발맞춰 주곡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위한 연구뿐만 아니라, 작물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적성, 건강·기능성 식품 및 신소재개발 등 작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연구를 강화했다.

또 이들 기술을 소비시장 창출과 연계하여 농가의 소득향상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가공-유통-소비까지 연계가 약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또 다른 중점분야는 소통 활성화이다.
 
안으로는 직원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서로 이해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바깥으로는 우리 식량과학원을 알리고 국민들이 먹을거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강하게 느끼도록 하기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 강조한 것이 홍보(PR)다. PR은 Public Relations이다.

우리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 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식량과학원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기획홍보, 식품홍보 등 분야별로 대국민 소통을 위해 힘썼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통방식을 사용해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했나.

△지난해에는 서울G20정상회의가 있었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우리 농업을 세계에 알리고자 색깔 있는 벼를 활용하여 충남 아산, 전북 익산, 경남 밀양에 홍보용 논을 만들어 여행객이나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선명한 G20문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KTX가 통과하는 길목이기 때문에 쉽게 국민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논에 예술을 접목시킨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것은 건강미, 고소밀 등 우리 식량과학원이 연구개발한 작물의 이름을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이름 공모전에는 3000여명의 국민들이 정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한 참가자는 수상한 후 노란편지에다 감사의 글을 보내기도 하는 등 예상치 못한 관심을 보여줬다.

이러한 관심들이 우리 농업과 농업정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며,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에 대해 보다 친숙해지고 우리 품종에 대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농업의 부가가치와 농가소득도 높일 수 있다.

이같이 농업은 농업계만의 농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체감하고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농업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식량자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식량과학원의 역할과 2011년 비전은.

△지구촌이 기후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상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공산품과는 달리 농산물의 경우 가격 변동에 민감해 비싼 가격이라도 사먹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곡물의 70% 이상을 수입하고, 사료용을 제외해도 5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서 곡물수입에 의한 푸드 마일리지의 증가는 국가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식유민천(食惟民天·먹는 것이야말로 백성들에게는 하늘과도 같은 것이다)이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곡물가 상승 등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해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식량 생산과 공급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국가, 즉 국립식량과학원이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식량자급을 넘어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일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식량자급은 다른 국가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식량과학원은 이러한 식량자급률을 올리는 것을 2011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이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식량자급률 이외의 다른 분야에 대한 계획은.

△식량의 안정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자 기호에 맞는 고부가가치 작물과 이를 활용한 신소재개발,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에 맞는 환경 친화적 대체에너지 개발 등 미래 성장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알콜중독 치료를 위한 메디라이스 와 함께 암,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에 효과적인 작물개발 등 작물의 용도를 의약소재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거대억새 등을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더불어 동물성폐유지, 유채 등을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 등 바이오에너지 생산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연구개발을 통해 식량작물이 농업의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올해에는 농업인 스스로 차별화된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 등 핵심역량을 강화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작지만 강한 ‘강소농(强小農)’ 육성 지원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일, 혹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조나 좌우명은..

△“남들이 가지 않은 뒤안길에 꽃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귀향길과 같이 어렵고 남들이 기피하는 길을 가려면 힘이 들지만 그 과정을 극복해내면 반드시 꽃길이 나타난다고 믿고 있다.

남들만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지금 현재는 비주류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만의 분야에서 목표를 가지고 그 분야를 개척해 나간다면 꽃길은 나타난다.

또 인생에 있어서는 ‘양손에 떡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한 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포기해야 할 때는 포기할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보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유리천장(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는 용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선배로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자 노력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조언한다면.

△아직도 유리천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는 유리천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나친 피해의식, 패배의식 등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된다.

유리천장에 아름다운 문향을 새겨서 아주 멋있는 천장을 만들면 어떨까? 21세기는 감성의 시대다.

우리는 여성의 ‘배려의 리더십’, ‘부드러운 리더십’이 강점이 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에, 여성 특유의 배려와 부드러움, 섬세함을 녹여내어 주위 사람들을 감싸 안으면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길 바란다.

전혜경 원장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유일한 ‘식품’을 전공한 기관장으로 지난 1984년 농촌영양개선연수원에서 공직에 발을 디딘 후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9년 12월에는 국립식량과학원의 첫 여성 원장으로 취임했다.



1958년 경기도 파주 출생
1980년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졸업
1984년 농촌진흥청 농촌영양개선연수원 연구조사과
2001년 농촌생활연구소 가정경영과장
2002년 농촌생활연구소 농산물가공이용과장
2008년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사장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세계화연구단장
2009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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