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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피노’는 나라의 수치, 국민의 수치다

[사설] ‘코피노’는 나라의 수치, 국민의 수치다

기사승인 2011. 01. 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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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살아가는 필리핀의 한인 2세인 ‘코피노’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내보내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차라리 심한 죄책감과 분노에 사로잡히게 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라이 따이한’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생생한 가운데 코피노라는 말이 나와 시청자들은 더 분노했을 것이다. 라이 따이한은 베트남 전쟁 당시 파월 장병, 근로자 등 한국 남자들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말한다. 라이 따이한도 고통스럽게 산다는 것을 우린 잘 안다.

방송은 6살인 칼레일라와 그의 엄마 제시카를 통해 코피노의 실상을 고발했다. 엄마 제시카는 2005년 필리핀의 어학원에서 같은 나이의 학생 최 모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제시카가 임신 한 후 최씨는 한국으로 왔다. 최씨는 제시카를 데리러 오겠다고 말만 해놓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버렸다.

방송사의 노력으로 제시카는 최씨와 연락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씨는 딸과의 연락만은 끊지 말아달라는 제시카의 애원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제시카는 “당신에겐 한 때의 일이지만 나에겐 인생의 전부야.”라는 말을 했다. 최씨는 뻔뻔 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피노는 약 1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만 1만 명의 어린이들이 책임질 줄 모르는 한국 아버지로 인해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코피노 아이들은 피부색이 달라 현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한국인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아주 크다고 한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 가서 씨를 뿌려 놓고도 이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은 너무 부끄럽다. 아내와 자녀를 두고 그냥 돌아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한국에서 또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동물만도 못한 짓이다. 동물이라도 제 새끼를 끝까지 챙기는 것을 우린 TV에서 본다.

한국 남자들은 외국에 나가면 몸가짐을 잘 해야 한다. 외국에만 나가면 하이에나가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날뛰고, 덥석 아이까지 낳아 놓고 귀국해버리는 모습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남자들이 할 짓이 아니다. 나로 인해 국가가 욕먹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다.

정부도 라이 따이한이나 코피노 같은 수치스런 말이 생기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미 저질러진 코피노 아이들에 대해서도 최소한 양육비라도 얼마씩 보내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국민소득만 높고, 성적인 욕구나 잘 채운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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