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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 영욕의 60년] 유령 빌딩된 신촌 민사역사

*[한국철도 영욕의 60년] 유령 빌딩된 신촌 민사역사

기사승인 2011. 03. 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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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여명 분양 상가 텅텅..."민자역사 지정 왜 했나?"
겉으로는 멀끔해 보이는 신촌역의 전경. 사진=구현화 기자
[아시아투데이=구현화 기자] 지난 3일 찾은 서울 경의선 신촌역은 텅 비어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신촌역에 내린 사람도 기자를 포함해 고작 2명뿐이었다. 개찰구를 지나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신촌역 앞 편의점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허름한 옛 역사를 멀끔하게 단장한 세련된 신촌역이 너무 썰렁했다.

신촌역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편의점 셔터는 내려져 있다. 사진=구현화 기자
역사와 연결된 통로로 이동한 신촌밀리오레 2층은 기괴했다. 점포가 들어서지 않은 빈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옷들이 진열돼 있는 곳에도 상가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옷을 훔쳐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검은 정장을 입어 경호원들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언뜻언뜻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들이 사실상 드넓은 2층 전체 점포의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었다.

3층은 앞쪽에 자전거가 진열된 공간 외에는 비어 있었으며, 4층은 아예 암전된 채 폐쇄돼 있었다. 점포 한 곳도 운영하지 않는 것이다.

5층에 가서야 제대로 꾸며져 있는 공간, 영화관 메가박스가 나타났다. 영화관 역시 한산했지만 그나마 주변에 큰 영화관이 없어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듯 보였다. 큰 쇼핑몰에 점포들은 텅텅 비고 영화관만 오롯이 남은 이상한 모습이었다.

신촌역 밀리오레 점포는 공실률이 90%에 이른다. 사진은 그나마 옷이 진열되어 있는 2층의 모습이며 4층은 암전된 채 폐쇄돼 있다. 사진=구현화 기자
기자와 연락이 닿은 신촌 밀리오레 2층의 한 점주는 “현재 신촌밀리오레 점포 공실률이 90%를 넘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나마 2층에 진열해 놓은 옷들은 신촌 민자역사 임대 사업을 벌인 성창 에프엔디 측 것들”라고 말했다. 그나마 영업하는 것처럼 보이는 점포도 개인 점주의 점포가 아니란 얘기였다.

그는 “분양 초기 영업할 사람들에게 약 80% 임대를 주고 나머지는 성창 측이 소유했다”며 “지금 영업주가 실제로 영업하는 점포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신촌역 상가를 임대 분양받은 점주는 약 580여명. 이들은 피 같은 돈을 텅텅 빈 상가에 묻어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점주는 “분양받기 위해 1억 4천을 투자했다”며 오픈 초기 4~5개월은 한 달에 4~50만원씩 총 20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입주한 상가의 장사가 잘 안 돼 곧 나가버려 그 후로는 수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들어오려는 사업자가 없으니 상가를 방치해 두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상가 점주들의 초기 투자금 810억여원 정도가 그대로 허공에 날아간 셈이다.

그동안 장사를 할 수 없어 생긴 손실만 해도 적지 않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달에 50만원씩 개인당 약 2500만원을 손해 본 셈이다. 성창에프엔디 측이 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투자금을 제외하고도 영업손실비 1450억여원 정도를 보상해줘야 한다. 

성창에프엔디는 2004년 7월부터 신촌역 민자역사 임대사업을 벌인 사업체다. 성창에프엔디는 “경의선이 복선화되면 하루 5-10분 간격으로 모두 288회 열차가 운행된다”는 말로 상가주를 모았다.

신촌밀리오레는 2006년 9월 영업을 시작했는데 2009년 말 신촌역 3정거장 앞에서 복선화 작업이 끝났다. 원래부터 경의선 노선이 신촌역을 통과할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신촌기차역은 통근열차가 시간당 1번밖에 정차하지 않는다.

일부 점주들은 성창에프엔디가 허위광고를 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09년 8월 법원은 성창에프엔디가 소송을 제기한 점주들에게 188억원의 분양대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이에 고무되어 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점주들도 소송에 참여하기 시작해 현재 성창에프엔디를 상대로 5차까지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점주들은 두 편으로 갈려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 점주는 “현재 성창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가를 어떻게 활성화할지를 고민하는 상가주도 있고, 아예 소송 쪽으로 간 상가주가 있다”고 말했다.

상가를 활성화하자는 측은 최근 삼성 이마트가 입점 의사를 타진해 옴에 따라 이마트를 적극 유치하고 상가 주변을 어떻게든 활성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성창에프엔디의 책임을 따져 묻는 점주들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중 2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고, 성창에프엔디가 항소해 1~2차 소송은 고등법원에 계류중이다.

이상한 것은 애초부터 경의선 노선이 신촌역을 통과할 계획이 없었다면 수익성 없음을 뻔히 아는 코레일 측이 왜 신촌역사를 민자역사 사업지로 선정했느냐는 것이다.

또 어떤 선정 과정을 거쳐 성창에프엔디에 임대사업을 맡겼는지도 수수께끼다. 성창에프엔디가 허위정보를 퍼뜨리며 임대사업을 하는 것을 방기하고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책임도 크다.

경의선 서울역 옆에 바로 붙어 있는 코레일 건물. 사진=구현화 기자
코레일의 민자역사 대상 사업지 선정 과정과 임대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해 묻기 위해 코레일 역세권개발부처에 전화했으나 홍보실을 통해야 한다며 전화를 홍보실 쪽으로 넘겨주었다. 홍보실에서는 딱딱한 태도로 “이에 관련한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전화를 걸어 홍보실의 다른 담당자와 통화했을 때는 오히려 “관계 부처와 상의해 보고 답해야 하는 문제다”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코레일과 신촌 민자역사 사업을 추진한 (주)신촌민자역사 간에 맺어진 끈끈한 연결고리는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국토해양위 김재윤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 출신 임원이 자본잠식 상태인 신촌 민자역사 이사로 있으면서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했다.

텅 빈 점포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신촌역사가 코레일 출신 임원들 배만 불린 셈이다. 애초부터 퇴직한 코레일 임원들의 일자리 만들기용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민자역사는 정부사업이지만 코레일이 직접 사업 추진 과정에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며 “시행사가 탄탄한지, 또 분양정보가 올바른지 입주자가 정확히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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