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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상가 된 1조5천억짜리 가든파이브

*동네상가 된 1조5천억짜리 가든파이브

기사승인 2011. 03. 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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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누가 쇼핑하러 올까...멀고도 험한 가든파이브 체험기


가든파이브 광장 모습.
[아시아투데이=권용휘 기자] 가든파이브(서울 송파구 문정동)는 면적 82만300㎡ 규모로 삼성동 코엑스몰의 6배나되는 규모를 차지하고, 사업비가 1조5000억원이나 들어갔다.

그럼에도 큰 상권에서 떨어져 한적한 곳에서 근처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를 일컫는 '개미장사'를 하고 있었다. 

6일 오후 5시 여의도역. 가든파이브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30정거장이나 지나야 했다. 그나마 여의도 역이 5호선이라 한번만 갈아타는 게 다행이라고 감사할 정도 였다. 장지역은 8호선 구간에 있다.

도심에서 지하철로 한번도 안 갈아타고 갈 수는 없다. 그나마 8호선과 겹치는 노선은 2·3·5호선. 서울 중심부를 가르는 지하철 1~4호선 등 나머지 노선을 이용하면 최소한 2번은 갈아타야한다. 원정쇼핑을 하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퇴근시간 즈음에 지하철을 이용한 탓일까. 여의도역에서 8호선 환승역인 천호역까지 22정거장을 지나는 1시간 내내 서서 있었다. 8호선에 옮겨탔지만 빈자리는 없다. 8정거장을 더 간 다음 겨우 장지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는 사람은 몇 안 된다.

6일 오후 7시 가든파이브 리빙관 6층 의류매장. 공식 폐점 시각이 10시지만 7시만 되면 점주 대부분은 가게를 정리한다.
오후 7시밖에 안 됐지만 리빙관 점포 대부분은 정리했거나 정리 중. 상인이 없으니 손님이 없는 건 당연지사다. 

 6층에서 마주친 김경아 (24·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씨는 "(옆 동에 있는)NC백화점을  둘러보다가 잘못 들어왔다. 어두운데다 사람도 없어 무서워서 혼났다"고 했다. 

 손님이 좀 더 많아지고 조명이 환해지면 쇼핑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옆에 동행하던 이승은(24·서울시 송파구 잠실) 씨가 거든다. "(리빙관에 파는 옷 같이) 싼 맛에 물건사려면 이왕 발품 팔 거 몇 정거장 더 가서 동대문시장에 가는 게 낫죠. 친구랑 장보러 온 거에요."

 리빙관 바로 옆에 있는 킴스클럽은 리빙관에 비하면 별천지다. 매장은 상품들로 꽉꽉 들어찼다.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손님이 지나간다. 바로 위층에는 식당가가 있다. 떡볶이·오뎅 등 분식부터 시작해서 한식`중식`양식은 물론 카페까지 있다. 손님이 꽤 있었다.   

바로 옆 리빙관 10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리빙관 10층 전문식당가에는 단 1개 식당밖에 없다. 그것도 일반 쇼핑객들을 위한 식당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테리어 작업을 하러 온 인부들을 위한 '함바집' 류의 식당이다.


6일 저녁 가든파이브 리빙관 10층 전문식당가. 상점은 단 1곳에 들어섰다.
 김훈태 씨는 "여기에서 밥 먹는 사람 상당수는 나처럼 직장이 근처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며 "마트나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사람도 근처 주민이 대다수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그날 취재해본 결과 만난 사람은 하나같이 장지동이나 문정동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장지역에서 5정거장 떨어진 잠실에 사는 사람만 해도 가든파이브에 올 이유가 거의 없어진다.

잠실에 이미 롯데백화점부터 시작해서 마트들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몇 정거장만 더 가면 코엑스몰도 나온다.

동대문시장도 지하철로 바로 갈 수 있어 가는데 번거롭지 않다. 한국 최대의 대형유통상가 가든파이브. 현재 주변 사람들만 드나드는 ‘개미상가’에 머무르고 있다. 


6일 저녁 가든파이브 내 킴스클럽 2층 푸드코트. 인근 지역에서 가족끼리 쇼핑을 나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가든파이브의 시작은 창대했다. 청계천 상인들을 이주시켜 화물터미널과 집배송시설, 아파트형 공장 같은 생산시설, 소비공간이 어우러진 동양 최대 규모의 유통단지를 만들려고 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억원이나 하는 비싼 분양가는 청계천 상인들을 망설이게 했다. 청계천 상인들의 저조한 계약률로 수차례 개장이 미뤄졌다.

 SH공사는 청계천 상인 이주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분양률 높이기에 매진했다. 공사는 분양률을 한번에 높일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를 유치했다. NC백화점과 킴스클럽이 들어섰다. 

 아직 주변 동네상권을 위협 할 만큼 손님이 드나드는 단계는 아니다. 몇 달 안 지나면 이마트까지 들어온다. 킴스클럽과 경쟁이 붙어 마트 간 각종 홍보전을 시작하면 주변 상권을 먹어치울 수 있다.

 장지역 주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모 씨는 “(가든파이브 내 킴스클럽 때문에) 손님이 줄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마트까지 들러오면 주변 상인들이 힘들어지지 않겠나”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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