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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기술 中企, 이제 해외로 눈 돌리자

[외부칼럼]기술 中企, 이제 해외로 눈 돌리자

기사승인 2011. 03. 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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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경영관리단장

기술 혁신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불러온 것은 기업 간 신제품 개발 경쟁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는데 연구·개발(R&D) 비용은 계속 커지니 투자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최근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대세가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조직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해 혁신성과를 극대화하는 이 전략은 기술 시장에서 이제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원 조달 범위도 글로벌해졌다. 바야흐로 ‘글로벌 개방형 R&D’ 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이미 국제 공동 연구와 해외 자금·인력 유치 등을 통한 글로벌 R&D 자원 활용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같은 대규모 정부 R&D 사업에서도 국제 협력은 긴요해졌다. 자동차나 반도체, 통신 분야의 국내 민간 대기업들은 해외 현지법인 형태의 R&D 센터를 통해 협력 활동을 전개해온 지 오래다. 미국 자동차부품업체인 델파이나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카텔루슨트 등 협력 의향을 밝힌 유수 해외 기업들도 한 둘이 아니다.

정부는 이들 해외 연구기관이 우리 정부 R&D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국제 공동 R&D 성과물의 지적재산권 등에 관련한 규정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정부가 주력할 일은 R&D 능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과도 원활하게 ‘합종연횡(合從連橫)’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뿐만 아니라 기술 집약형 중소기업들도 눈을 해외로 돌려야 할 시점이다. 수요처·시장과 기술 협력 파트너를 해외에서 찾을 때가 됐다. 기술 협력은 ‘합종’과 ‘연횡’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합종은 이종 기업 간의 수직적 동맹, 연횡은 동종 기업 간의 수평적 연합을 뜻한다.

정부는 먼저 해외 수요처·시장에서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기술수요조사를 한 뒤 그 정보를 국내 중소기업에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합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수요·공급 기업 간 합종이 성사되면 R&D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국내 중소기업에 동종 해외 협력 파트너를 소개해주는 방식의 정부 지원도 있어야 한다. R&D 비용 분담으로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상대방 시장 진출의 교두보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연횡의 장점이다.

개방형 R&D 시대에 글로벌해진 건 R&D 자원 공급처뿐만 아니다. R&D 성과물을 내다팔 시장 역시 전 세계로 확대됐다. 혁신 추세가 ‘기술 주도’(technology-push)에서 ‘시장 지향’(market-pull)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다. 기술과 시장의 괴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가전 업계의 ‘갈라파고스화’(고립화)가 대표적 사례다. 세계 시장이 원하지 않는 고립된 최고 기술로는 자국 시장마저 뺏기기 십상이다.

우리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기술 수요에 맞춰 R&D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게 국경을 가로지르는 기업 간 합종연횡이다. 정부가 할 일은 국제기술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장애요인 제거와 지원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협력의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는 해외 현지 거점 구축도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에 견줘 현지 정보 등이 취약한 중소기업에겐 현지 거점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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