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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칼럼] 이스라엘 불교 한류에 빠지다

[외교칼럼] 이스라엘 불교 한류에 빠지다

기사승인 2011. 08. 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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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공연 ‘니르바나’보고 2만명 관중 열광

마영삼
주이스라엘 대사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열광한 관중들이 기립박수로 환호한다. 그리고는 “짝짝 짝짝......” 앙코르 요청.

다시 북, 장구의 가락이 이어지고 신 바람난 춤꾼들이 상모돌리기 솜씨를 뽐낸다. 혼이 빠진 관중들은 북 장단에 맞추어 박수로 호응한다. 자리를 뜨지 않고 거듭해서 앙코르를 외치는 관중들 때문에 공연이 좀 채 끝날 줄을 모른다. 지난주 예루살렘 극장에서 펼쳐진 한국 불교작품 ‘니르바나’ 공연의 피날레 장면이다.

자기 정체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 유대인들이 대부분인 이스라엘 땅에서 생경할 수도 있는 불교문화 공연이 어떻게 비춰질까 조마조마 했었는데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이 혼연일체 되는 모습에 자신감을 얻었다. 예루살렘 공연의 감동을 함께 나누기 위해 나머지 공연에 더 많은 이스라엘 친구들을 초청했다.

깊은 산속 카르미엘 골짜기를 빼곡 메운 약 2만명의 관객. 주빈으로 참석한 아하로노비치 안보장관도 가족들과 함께 한 여름밤을 즐긴다. 서늘한 산바람이 관객들에게 상쾌함을 선사하는 저녁. 밤10시가 넘어 막이 올라가고 북과 장구 소리가 바람결 따라 울려 퍼지자 관객들의 자리도 들썩들썩. 23개의 소품이 뿜어내는 가락이 때로는 은은하고 고즈넉하게, 또 때로는 신바람 나게 이어져 갔다.

100여명의 단원들이 큰 카르미엘 무대를 좁은 듯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30여명의 이스라엘 무용수들이 함께 등장하여 스님 가시는 길에 꽃가루를 뿌리는 장면.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뒤범벅이 되어 흥을 돋운다. 공연단 일원으로 함께 방문한 큰스님들도 직접 무대에 올라 독경과 참선으로 신비로움을 더했다. 단역이지만 필자도 궁중 의상을 입고 데뷔했다. 공연이 끝났을 때는 밤 12시가 가까웠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관객들의 환호는 그칠 줄을 모른다.

다음날은 이스라엘 마지막 공연. 장소는 텔아비브 오페라하우스로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거쳐 간 꿈의 무대다. 대사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작품을 한번 올려 보기를 희망했었는데 마침내 그 꿈이 이루어졌다. 입소문을 듣고 몰려든 관객으로 또 만석. 공연이 끝나고 개최된 리셉션에서는 상기된 표정의 관객들이 우리 스님, 무용단원들과 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이 됐다. 한류스타들이 부럽지 않다는 표정이다.

‘니르바나’는 열반이라는 의미로 불자들이 수행과 고행을 거쳐 완전히 자아를 깨닫는 해탈의 경지에 이름을 뜻한다. 이러한 불교의식에 우리 전통 국악과 무용이 버무려져 종합예술이 탄생했다. 이번 ‘니르바나’의 이스라엘 공연은 24년 전통의 카르미엘 여름밤 무용축제에 초청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올해 카르미엘 축제는 10개국 무용단 약 7000명 무용수들이 열연한 가운데 ‘니르바나’가 단연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선정됐다.

영산회상 ‘니르바나’는 2009년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재로 등록됨에 따라 이제는 불교 예술의 차원을 넘어 세계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우리 불교계가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이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 공연 기간 중에는 한국 불교 지도자와 유대교 지도자 간 면담, 불교 세미나, 참선 워크숍 등 다채로운 행사도 함께 개최돼 한국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번 공연이 유대교라는 이질적 문화 장벽을 극복하고 예술적 안목이 높은 이스라엘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새삼 실감했다. 소녀시대와 샤이니의 파리 공연이 서양의 한류 팬을 사로잡았듯이 또 다른 차원의 불교 작품 ‘니르바나’도 한류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일고 있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 유대교 등 종교 간 이해와 화합의 운동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니르바나’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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