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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충남 태안에서 ‘치유의 길’을 만나다

[여행] 충남 태안에서 ‘치유의 길’을 만나다

기사승인 2011. 08. 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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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길' 몽산포~꽃지 25km 구간 가이드
태안 해변길은 곰솔 숲길을 내내 따라간다. 한 발짝 거리인 해변은 밀물과 썰물의 또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아시아투데이=양승진 기자] 태안 해변길은 ‘치유의 길’이다.

2007년 기름 유출 사고 때 검은 시름을 온 국민이 닦아 내 다시 살아났고, 지금은 그 해안에서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져 ‘치유의 해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들쭉날쭉 서해를 향해 뻗은 발가락 같은 해안선은 너른 백사장을 품고 있어 동해와 남해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마치 누군가와 솔밭 길을 걸어도 혼자인 듯 착각에 빠지게 할 만큼 너른 해안은 사람이 곧 풍경이 되는 묘한 마법을 지녔다.

해안가에 제 멋대로 핀 해당화, 나리 등 원색의 꽃물결도 ‘해안길 풍경화’에는 빠지지 않는 소재다.

그저 길이 좋고 해변이 좋아 터벅터벅 걷다보면 속에 있는 화(禍)까지도 파도소리에 쓸려가 마음까지 비우게 된다.

태안 해변길에서 ‘마음의 여윔’을 치유해보면 어떨까. 
                                 /태안=글·사진 양승진 기자 ysyang@asiatoday.co.kr



몽산포야영장에서 시작하는 4코스 솔모랫길 시작 지점의 첫 표지판.
태안 해변길은 북으로 학암포에서 남으로 영목항까지 109.5km가 6개 구간으로 나뉜다.
 
학암포~신두리(1구간)~모항항(2구간)과 몽대항까지 유람선길(3구간)은 내년에 열리고, 몽산포항~드르니항(4구간)과 백사장항~꽃지(5구간)는 지난 6월에 개통됐다.

여기에 꽃지~영목항까지 6구간은 2013년 열릴 전망이다.

지난 1978년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수려한 경관과 해수욕장이 흩뿌려져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자연스런 곳이다.

점점이 떠 있는 섬과 파도소리를 먹고 사는 고운 모래사장, 거기에 날씬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뤄 보기만 해도 그림을 연출한다.

길은 숲과 해안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뒤틀려 있지만 모래와 솔잎의 푹신함을 쫓다보면 발끝에서 정겨움이 전해진다.


곰솔 아래 터를 잡은 몽산포야영장의 캠프촌. 때론 텐트 사이를 지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게 한다. 
◇몽산포~드르니항 ‘솔모랫길’

태안 해변길은 보통 북쪽에서 남쪽으로 걷는다.

꼭 정해진 건 아니지만 길을 낼 때부터 북에서 남으로 가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몽산포항에서 시작해 드르니항으로 이어지는 ‘솔모랫길 구간’은 13km로 3시간30분 정도 솔내음을 맡으며 모래가 전해주는 보드라움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몽산포탐방안내센터를 나서면 곰솔길을 따라 해변으로 향한다.

요즘은 하계 휴가철이어서 솔나무 그늘은 형형색색 텐트들 차지가 됐다. 1년에 단 며칠이라도 자연의 일부가 돼 보겠다고 나선 이들은 나무에게 고마움 보다는 진한 삼겹살 냄새를 전해 곰솔은 지금 계절이 싫다고 아우성이다.

어차피 위안을 받겠다고 나선 이들이어서 어느 정도껏 냄새를 피운다면 귀엽기는 하겠지만 아예 작정을 하고 나서는 통에 오히려 나무를 보기 미안할 정도다.

해변으로 나오면 몽산포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오고 4코스 솔모랫길 문으로 들어서면 자연관찰로가 이어진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해당화가 곳곳에 피어 운치를 더한다.
이곳은 바다-갯벌-해안사구-곰솔림-사구습지로 연결되는 독특한 해안생태계 구조가 1km나 이어져 자녀들 학습에도 큰 도움을 준다.

모랫길을 사뿐사뿐 걸어가면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는 해당화와 나리가 정열적인 꽃을 피워 하늘거린다. 모래가 쓸려나가는 걸 방지하는 모래포집기도 보이고 해안은 밀물과 썰물 때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줘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태안 해변길’이라는 작은 표지판 아래 줄을 길게 매 다른 곳으로는 갈 염려도 없고 되레 구불구불 이어져 맛이 난다.

전망대에서 잠시 바다를 조망하다 길로 들어서면 이번엔 걷는 방법에 대한 안내판이 나온다.
하루에 3km 이상 걸으면 사망률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30분씩 걸으면 대장암 발생률이 5분의 1로 주는 것은 물론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단다. 또 심장마비 위험을 4분의 1로 줄려주고 면역력 제고와 비타민 D의 생성을 활발하게 해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전한다.

특히 모랫길 걷기는 아스팔트보다 2배가량 힘들고 에너지도 2.5배 더 소모돼 운동효과도 좋다는 내용이다.


자라바위 앞에 있는 옛 어로방식인 독살. 어린이들에게 알맞은 수영장으로 변했다. 
좋다는 길옆으로 모래사장에 왜 물이 고여 있을까 했더니 둠벙이다. 모래 밑에 진흙이 깔려 이를 지탱해주니 가능한 일이란다. 물둥범 전망대를 지나 길은 내내 솔밭이고 자연놀이 체험장을 지나면 청포대해수욕장이다. 해안 길이만 7km에 달하는 이곳은 해변의 경사도가 완만해 여름휴가지로 명성이 높다.

별주부마을 자라바위는 별주부전에 나오는 그 자라가 토끼를 놓치자 결국 돌이 된 덕바위(자라섬)와 토끼가 도망간 고갯길인 노루미재 등이 나타난다. 자라바위 밑에는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고기를 잡는 독살이 옛 모습 그대로 놓여 있다. 지금 계절엔 어린이 수영장 구실을 한다.

길은 토끼가 도망간 노루미재를 지나며 잠깐 해변을 벗어난다.

해안절경을 뒤로하고 농촌풍경이 펼쳐지며 논과 밭이 뒤엉켜 길을 내준다. 별주부전망대와 지오랜드를 지나면 경주식물원이 나오고, 이곳에서는 토종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전원이 끝날 때쯤 이번엔 염전코스다.


나리도 무리 지어 꽃을 피워 해변을 수 놓는다.
둑길을 따라 가면 걷는 맛이 제법 짭짤해진다. 이 염전은 태안해안국립공원관리공단에 3일 전 예약을 하면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드르니항으로 들어서면 솔모랫길 구간 끝이다.

몽산포에서 달산포~청포대~마검포~곰섬을 거쳐 13km 지점이다. ‘드르니’는 맞은편 안면도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는 뜻으로 ‘들온이’라 했다가 발음 나는 대로 ‘드르니’로 변했다.


두여전망대에서 난간 사이로 본 외도. 아스라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백사장항~꽃지 ‘노을길’

백사장항에서 시작하는 5코스 ‘노을길 구간’은 5km로 3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석양이 아름다워 ‘노을길’로 불리는 이 구간은 곰솔림과 습곡지형이 내려다보이는 두여전망대 그리고 우리나라 3대 낙조 장소로 이름 높은 꽃지해수욕장까지다.

백사장항에서 출발하면 야트막한 산길을 올라 참나무 숲속길로 들어선다. 모랫길에 익숙한 발이 산길에 들었다고 시샘하듯 감촉이 다르다.

노을길은 노을이 아름다워 붙은 이름으로 이곳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가던 길을 계속 가 꽃지에서 한꺼번에 몰아보면 더 감동적이다.

3개의 바위로 이뤄져 봉우리가 3개인 삼봉은 수전노의 세 딸이 병들어 죽은 무덤이라는 슬픈 전설이 있다. 삼봉에서부터 이어진 해변은 모두 다 해수욕장이어서 어찌 보면 황망하기 그지없다. 넓다는 표현이 이런데 맞을까 싶을 정도로 끝도 없이 펼쳐진다.


해수욕객에게 잠시 바다를 내준 갈매기들이 해안가를 서성이고 있다.
삼봉 사색의 길을 지나면 장애우도 휠체어를 타고 해변 가까이 갈 수 있는 1004m의 천사길이 데크로 잘 정돈돼 있다.

곰솔길을 따라 해변을 가면 군데군데 나리꽃이 절정을 이룬다.

해변 둔덕엔 몸 전체에 진한 향기를 내뿜는 순비기나무가 떼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태안해안국립공원공단에서 설치한 해안생태계 개념도 등이 잘 설치돼 학습효과도 만점이다. 바다와 갯벌이 이어지고 맨 앞에 갯그렁-갯메꽃-통보리사초-좀보리사초-순비기나무-해당화-곰솔-갈대-산조풀-부처꽃-소나무 등이 진열대 과자처럼 늘어선다.

기지포~안면~두여해변이 같은 듯 다른 해변이 반복되고 두여전망대까지는 해변길과 산길 중 택일이지만 밀물 때는 무조건 산길이다.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 나타나는 두여전망대는 멀리 거아도와 울미섬, 삼섬, 지치섬 등이 아스라이 들어와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고맙기까지 하다. 탁 트인 바다와 섬 그리고 갈매기까지 아무렇게나 찍어도 한 장의 엽서가 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생을 마감하고 해변에 떠밀려온 물개. 발걸음마저 갑자기 숙연해진다. 
이곳에서 썰물 때면 해안습곡을 만날 수 있다.

전망대를 내려서면 밧개해변이다.

멀리 해수욕하는 사람들을 감시라도 하듯 갈매기들이 보초를 서고 그 앞으로는 서해를 호령하던 물개가 해변으로 떠밀려와 생을 마감한 모습도 보인다.

숙연한 마음에 두에기와 방포해변으로 가는 길은 산길로 잠시 들어서 파도소리 대신 산새소리가 대신한다.

해변을 따라 원을 한 번 그린 듯 해변을 걸으면 꽃지로 가는 마지막 산길이 나온다.

컴컴할 정도로 나무가 들어찬 산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만 빼고는 원시림이다. 갑자기 오른쪽으로 큰 창이 열리는가 싶더니 방포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다시 산길을 따라가면 이번엔 방포전망대다.


방포해변에서 잠시 산길로 들어서면 갑자기 커튼을 걷은 것처럼 시야가 밝아지며 펼쳐지는 방포해수욕장.
이곳에서는 마지막 꽃지해변이 늘어서고 할미, 할아범바위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듯하다.

아직 물길이 채 열리기도 전에 무릎까지 바지를 걷은 관광객들이 할미, 할아범바위를 향해 가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해상왕 장보고의 기지사령관이던 승언 장군이 출정한 뒤 돌아오지 않자 그를 기다리던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바위가 됐다는 할미바위다. 두 개의 바위 중 육지에서 가까운 쪽이 할미다. 어느 날 폭풍우가 휘몰아치더니 할미바위 옆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어 이를 할아비바위라 부르게 됐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엔 천연기념물 138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도 있어 둘러볼만하다.

산길을 내려오면 빨간색으로 유명한 꽃다리가 나오고 수 많은 관광객들에 곧 휩싸인다.
호젓한 해안과 산길에서 오징어 구이 냄새 풀풀 풍기는 곳으로 나오는 것이 마치 세간과 출세간의 문을 지나는 듯하다.

태안 해변길은 안면송림과 몽산해변, 할미.할아범바위 등 태안 8경의 진경들을 모두 만나는 길이어서 발품 판만큼 서해가 가슴에 들어온다.


푸른 하늘아래 펼쳐진 바다와 섬의 교향곡이 가만히 있어도 들리는 듯하다.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다 더이상 참지 못한 탐방객들이 할미, 할아범바위로 향하고 있다.
■여행메모

◇여행 팁
= 태안 해변길은 12km, 13km 두 코스만 개장됐다.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양쪽 다 걸을 수 있지만 서울에서 이동거리와 무더위를 감안하면 1박2일이 알맞다. 보통 3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길이지만 쉬고 사진도 찍고 하면 4시간이 훌쩍 넘는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걷다 어디서든 빠지면 그만이다. 태안 해안길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두 코스를 걸으며 만난 사람(텐트촌 제외)이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가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게 정석이다. 서산IC에서 32번국도로 갈아타고 남면사거리에서 77번국도로 안면도 방면으로 가면 몽산포 탐방안내센터와 야영장이 나온다. 고속버스는 서울센트럴시티에서 오전 7시10분부터 오후 8시10분까지 하루 10차례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 태안터미널에서 몽산포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20분마다 운행되고, 택시요금은 1만3000원 정도다. 드르니항은 3시간 간격으로 1대씩이고, 택시요금은 2만5000원가량 된다. 노을길의 백사장항과 꽃지항까지 시외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택시요금은 3만원 이상이 나온다.

◇쉴 곳= 태안은 펜션천국이다. 무려 1000개에 육박할 만큼 많다. 여름 휴가철 피크여서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마을 번영회에서 운영하는 텐트를 빌려도 좋다. 정히 숙박이 곤란하면 태안 읍내로 나가도 무방하다.

◇먹을거리= 태안은 계절별로 맛있는 음식이 정해져 있지만 지금 계절엔 말린 복어탕과 박속낙지탕 등이 유명하다. 방포수산 등에 가면 저렴하게 수산물을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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