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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정부 약값 인하에 총력투쟁으로 맞서

제약업계, 정부 약값 인하에 총력투쟁으로 맞서

기사승인 2011. 08. 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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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행정소송도 불사
제약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12일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 앞에서 ‘추가 약가 인하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시아투데이=정해균 기자] 제약업계 약 값 인하를 골자로 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해 “기업들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제약협회는 12일 보건복지부의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제약업계에 2조원대의 손실을 주는 약가 인하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제약산업의 생존과 제약인의 생업 유지를 위해 법적 대응 등 모든 방법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날 오전 제약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등 제약업계 관계자 100여명은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에서 ‘추가 약가 인하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 벌였고, 이후 일부는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를 항의 방문했다.

제약업계가 현재 검토 중인 ‘법적 대응’ 방식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두 가지이다. 헌법소원은 이번 추가 약가 인하 관련 고시가 재산권 침해에 관한 사항임에도 법률이 아닌 장관 고시로 이뤄지는 데 대한 이의 제기다.

또 고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실제로 약값이 인하되면 “정부의 행정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행정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협회 추산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대로 특허가 끝난 약의 보험 상한가격을 특허만료 전 수준의 53.55%(현재 68~80%)까지 일괄적으로 낮출 경우 예상되는 제약업계의 손실은 2조28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0년 기준 전체 약품비 보험청구액 12조8000억원에서 이번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특허의약품(3조원), 필수의약품(3000억원) 등을 빼고 약 9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품목들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다.

제약업체들이 2조2800억원의 손실을 보고도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판매관리비를 줄여야 하는데,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건비를 절반 수준으로 깎고 광고홍보와 연구개발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해도 절감 가능한 비용은 1조3195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협회 측의 분석이다.

결국 잇따른 약가 인하로 제약업계 전체가 구조적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제약업계는 이미 앞서 시행된 여러 가지 약가 인하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설상가상’격으로 추가 인하의 고통이 더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2013년 말까지 약값을 단계적으로 20% 낮추는 이른바 ‘기등재목록 정비 사업’과 병원 등이 약을 구매할 때 입찰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추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만으로도 각각 8900억원, 1조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추가 약가 인하까지 겹치면 제약업계는 사실상 연구개발(R&D)이나 신약 개발 등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우리 시장을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고, 의약 주권 상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번에 약가 인하라는 ‘채찍’과 함께 제시한 ‘당근’에 대해서도 제약업계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복지부는 이날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으로 R&D에 주력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법인세 감면·금융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제약업계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글로벌 펀드 조성 계획 등도 발표했다.

그러나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지금까지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던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 ‘성공불 융자(앞서 돈을 빌려주고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정부가 일정 부분 이익을 회수하는 제도)’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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