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최석진 기자] 검찰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이틀 연속 10시간이 넘는 조사를 벌이고도 신병처리 없이 귀가시킨 채 전담팀까지 만들어 건네진 자금의 출처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서울시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가 끝나고 검찰이 공개수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곽 교육감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소환되면 자택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이 이미 돈을 받은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를 비롯한 실무 관계자들의 진술과 물적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한데다가 곽 교육감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2억원을 준 사실을 인정한 이상 곽 교육감이 소환되면 곧 구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사퇴를 거부하고 ‘후보사퇴의 대가가 아니라 선의로 지급한 것’이라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고, 검찰이 곽 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곽 교육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받거나 공소를 유지하는데 자신이 없어 박 교수 측에 전달된 자금의 출처에 대한 보강조사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초 검찰이 예상했던 것보다 곽 교육감 측의 방어가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라며 “애초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 간에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얘기는 끝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지만 막상 곽 교육감 측에서 곽 교육감 본인은 사전에 전혀 그런 협상과정을 몰랐으며 돈이 다 건네진 후에서야 알았다는 식으로 반격하고 나서면서 검찰로서는 혐의 입증에 부담이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검찰이 뒤늦게 곽 교육감이 직접 준비했다는 1억원의 출처에 집착하는 것 역시 만약 자금 추적을 통해 1억원 중 극히 일부라도 서울시교육청과 관련된 공금 성격의 자금이거나 곽 교육감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계 관계자로부터 제공받은 돈으로 밝혀진다면 검찰이 무리 없이 곽 교육감을 구속시키고 공소유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검찰은 곽 교육감의 부인 정 모씨가 “1억원은 남편이 직접 현금으로 마련해 왔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 최근 대검찰청으로부터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들을 파견 받아 전담팀을 꾸리고 곽 교육감과 측근들의 계좌추적 범위를 넓히는 등 1억원의 출처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
검찰의 자금 추적 수사에 성과가 있을 경우 검찰은 곽 교육감을 기소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 또다른 혐의를 추가시킬 가능성이 높고, 그 전에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도 이와 관련된 증거인멸의 가능성을 추가할 전망이다.
한편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갖는 정치적 중요성 등을 감안해서 검찰이 뒷말이 안 나오도록 신중하게 수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나 진술, 증거만으로도 검찰이 곽 교육감의 ‘후보자 매수’ 혐의를 입증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자금 출처와 관련된 새로운 진술이 나왔으니 수사할 뿐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직무대리 이진한 대검 공안기획관)는 6일 오후 두 번째로 검찰에 소환됐던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을 자정을 넘겨 14시간이 넘게 조사한 뒤 7일 새벽 4시30분경 귀가시켰다.
검찰은 곽 교육감을 상대로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의 출처와 지급 경위, 실무자 간 이면합의 보고 여부와 시점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의 변호를 맡은 김진욱 변호사는 조사를 마친 뒤 “오늘이 마지막 조사인 것으로 짐작한다”며 “곽 교육감이 모든 소환조사에 응하고 있고 모든 관련자가 조사를 충실히 받고 있는 만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사유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