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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통증’ 곽경택 감독, “권상우, 배우로서 과소평가된 점 아쉽다”

[스페셜리포트] ‘통증’ 곽경택 감독, “권상우, 배우로서 과소평가된 점 아쉽다”

기사승인 2011. 09. 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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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최재욱 기자] 예상밖이었다.

영화 '통증' 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곽경택 감독은 우라부락한 외모 속에 소년의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희끝한 머리에 눈가에 주름살이 잡혀도 영화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눈빛이 소년처럼 반짝반짝 거렸다.
 
한때 남성영화의 대명사였던 곽 감독이 올가을 2007년 '사랑'에 이어 '통증'으로 여성관객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그 손길을 과연 잡아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통증 , 스토리 한 줄에 마음이 통하다
7일 개봉된 '통증'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권상우)과 작은 통증 하나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여자 동현(정려원)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

언론 시사회 후 호평이 이어지면서 흥행이 예감되고 있다. 곽감독은 자신이 모든 걸 챙긴 전작들과 달리 이미 시나리오 완고가 나온 상태에서 연출 제의를 받았다.

"어느날 갑자기 피디가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왔더라고요. 무통각증 남자와 혈우병 여자의 사랑 이야기 란 한줄짜리 스토리를 듣자마자 무릎을 딱 쳤어요. 나는 왜 그런 이야기를 못 생각해내나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 정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요."

곽감독이 '통증'에 더 마음이 끌린 이유는 한수련 작가가 쓴 시나리오 때문이다. 단순히 병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소외된 두 남녀가 얼음물이 녹듯 서로의 마음을 적시는 내러티브가 마음을 흔들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촬영 준비를 하면서 조금씩 수정은 했지만 구성과 골격은 그대로 갔고 좋은 대사와 에피소드는 대부분 살렸어요. 버스를 지하철로, 갈데 없어진 동현이 살림을 옮기는 걸 지하철 라커로 바꾸었죠. 좋은 시나리오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권상우와 정려원, 대체할 수 없는 완벽 캐스팅
권상우는 '통증' 출연을 결정하기 전 한가지 단서조항을 내걸었다. 연출을 곽경택 감독이 맡는 것이 그 조건이었다. 다행히 곽감독이 합류를 결정해 투자가 진행되고 촬영에 들어갔다. 곽감독은 권상우가 연기자로서 과소평가 된 점을 가슴 아파했다.

"연기자로서도 능력보다 과소평가됐고 인간적으로도 필요이상으로 쓴소리를 듣고 살아요. 참 가슴 아픈 일이죠. 한순간만 참으면 되는데 그걸 못 참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정말 순수한 사람인데…. 그래서 요즘 제가 잔소리꾼이 돼요. 해선 안되는 일을 할 때마다 곧장 꾸짖어줘요."

곽감독은 '통증' 촬영 전 정려원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캐스팅 작업 때 PD가 정려원을 추천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만나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고 촬영을 하면서 현명한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는 공주의 눈빛을 가진 여배우와는 일을 못해요. 긴장되거든요.(웃음) 그러나 정려원은 너무 달랐어요. 첫만남 때 호리호리한 집시풍 여자애가 들어오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털털하고 천방지축이어서 혼란스러웠죠. 그러나 10분 이야기해보니 인간적인 덕목이 보이더라고요. 이런 사람이면 나랑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곽감독은 촬영내내 자세한 연기지도를 하기보다 배우들이 창조해낼 공간을 많이 만들어주었다. 곽감독의 믿음에 배우들은 좋은 연기로 화답했다.

"첫 촬영날 권상우가 멍한 눈빛으로 가만히 서 있을 때 이미 남순의 아우리가 뿜어져 나왔어요. 정려원도 첫 촬영날 골목길에서 뛰어나오는 아이들과 부닥칠까봐 놀라서 옆으로 비키는 장면을 촬영할 때 이미 역할에 푹 빠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 어떤 여배우도 그런 느낌을 낼 수 없을 거예요."

사진=조준원기자
#쉬지 않고 달리는 에너자이저
곽감독이 '통증'에 합류한 이후 1년 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시나리오 각색, 캐스팅, 촬영, 후반작업, 개봉 등 모든 일정이 이뤄졌다. 다른 영화는 3년 정도 걸리는 일들이다. 곽감독은 완벽한 팀워크에 그 이유를 찾았다.

"모든 영화 촬영에서 가장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건 인간적인 문제가 가장 커요. 촬영 스태프. 메인 스태프. 호흡 맞춰온 사람들이었고 배우들도 너무 열정적이고 호흡을 잘 맞았어요. 감정의 누수가 이뤄질 틈이 없었어요. 날씨도 많이 도와줬지만 팀워크가 일을 순탄하게 만들었어요."

곽감독은 충무로 중견 감독 중 가장 활발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통증' 의 개봉을 앞둔 현재 저예산 영화 '미운 오리 새끼'를 촬영 중이다. 주연배우들은 모두 현재 출연 중인 SBS 오디션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때 만난 신인들이다.

"내가 방위 때 겪은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어요. 현재 독산동의 한 폐군부대에서 촬영하고 있어요. 내 열한번째 작품인데 앞의 열 자리를 지우고 첫번째 작품이라는 각오로 만들고 있어요. 이제까지 쌓아두었던 현장감 테크닉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영화적 완성도가 높게 나올 것 같아요."

곽감독은 올 연말에 제작비 때문에 미뤄뒀던 액션블록버스터 '적 '촬영에 들어간다. 또한 내년 연말 정도 친구-못다한 이야기 때 인연을 맺은 드라마 연출도 다시 할 예정이다.

"무라카미 류의 2006년 원작소설 '반도에서 나가라'를 영화화하는 작품입니다. 원작에선 일본 로케이션이 필요한데 부산으로 장소를 바꿀 예정이에요. 주진모는 출연을 결정했고 차승원에게는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전해줄 예정이에요. 드라마는 이야기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르예요. 그러나 노동의 강도가 너무 센 점은 적응하기 힘들어요. 그래선 안되지만 배우가 찍다가 도망가는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통증'의 예상 흥행 스코어를 물어보았다. 곽감독은 "가장 힘든 질문이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200만명이 된다면 손해를 안 보고 300만명이 된다면 정말 해피할 거 같아요. 설마 거기에 만족할까 하시는 눈길이 있다는 걸 알지만 제 속마음은 진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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