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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당시 재판장 “집유 선고는 고소취소 때문”

영화 ‘도가니’ 당시 재판장 “집유 선고는 고소취소 때문”

기사승인 2011. 09. 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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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공소시효 폐지 논란 속에 당시 재판장 양형에 대한 배경 밝혀
이진규 기자]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당시의 항소심 재판장이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는 피해자의 고소 취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28일 현재 서울고법 민사부에 근무하는 이한주 부장판사는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일반적인 성폭행도 쉽게 용서할 수 없는데 더구나 장애인을 성폭행한 범인을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는 판사가 있겠느냐”며 “판결은 다른 사건과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인화학교 교장이 받은 혐의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인데 이 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 중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기에 고소의 효력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고소가 취소됐다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했기에 설사 2심에서 취소됐더라도 양형에서는 고려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장애인이기에 진정한 의사에 따른 고소 취소인지 재판부가 검토했지만 적법한 합의와 고소 취소가 아니라고 볼 수 없었다”며 “2심 재판 중 고소 취소된 다른 성폭행 사건들을 검토했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어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는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입법적으로 정한 것”이라며 “청소년에 대한 성폭행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지난해 법이 개정됐으며 이 같은 개정은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행은 그동안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 의사를 거두면 처벌할 수 없었으나 ‘조두순 사건’ 등으로 엄벌 필요성이 대두된 지난해 4월에야 피해자의 고소와 무관하게 공소 제기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 부장판사는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경찰, 법원, 변호사가 협잡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거나 전관예우가 있었다고 법원을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건을 처리하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마쳤다.

광주고법에 재직하고 있던 이 부장판사는 2008년 7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화학교 교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사건을 재조사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가 진행한 ‘사건 재조사 요구 청원’에는 서명 시작 이틀 만인 27일 오후까지 무려 4만2000여명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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