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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날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처하려면, 정치권 등에서 논의되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앞서, 비과세·감면 혜택부터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만 얇아질 수 있는 만큼, 고소득 전문직 소득의 정확한 파악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수백조원으로 추정되는 과세회피 금액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정부와 한국조세연구원(원장 원윤희) 등에 따르면 작년, 근로소득자 1516만명 가운데 과세자는 924만명으로 60.9%였다.
나머지 592만명은 과세 기준에 미달, 세금을 내지 않았다.
여기에 사업소득자 523만명 중 과세미달자 247만명을 더하면, 작년 근로자와 자영업자 2039만명 중 41.1%인 839만명이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세금면제자가 지난 2009년의 812만명보다 27만명이나 늘어났다.
비과세ㆍ감면 등을 통해 과표액을 제로로 만든 소득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을 줄이려면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거나 사행성 감면인 임시투자세액공제, 외국인 투자기업 법인세 감면, 골프장·카지노 세금감면 등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최근 "비과세·감면에서, 예컨대 임시투자세액공제 같은 것은 연장되고 있는데, 일몰제에 따라 제대로 걷는다면 2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40% 세율을 적용했을 때 걷히는 세금 약 1조원보다, 2배나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은 비과세·감면 혜택을 한꺼번에 많이 줄이면, 소득을 한 푼도 숨길 수 없는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긴다.
일부 고소득층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려다. 다수 서민의 부담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 2010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로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공제 문턱이 작년 신용카드 사용분부터 총급여의 20%에서 25%로 높아졌고, 소득공제 한도는 연간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감세 혜택이 거의 없는 서민 근로자의 소득공제 혜택 축소는 가처분 소득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며 "물가가 오르고 임금인상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다수 국민이 손해를 볼 수 있는 비과세·감면 축소는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과세ㆍ감면 축소에 앞서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을 높여 세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작년 민간소비지출액 615조원 중 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478조원을 제외한 137조원 중 상당액이 세원에서 제외된 것으로 관측된다.
탈세의 근원지인 지하경제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30%로 추정돼, 지난해 최대 330조원에 달한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에 비해 규모나 재정 증대 효과가 훨씬 큰 자영업자 소득 파악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먼저 해야 한다. 세무당국 등이 재산 국외 도피와 불법 상속 등을 막을 제도ㆍ행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