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윤광원 기자] 주식양도차익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과세(자본이득세) 신설 추진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국판 버핏세'(소득세법 개정안)와 함께, '부자 증세'를 통해 복지확대 재원을 마련하려는 정치권의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자본이득세는 형평성이라는 '조세정의'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 누구도 대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세부담 공평성,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민주통합당 조세개혁특별위원회의 세제개혁방안은 조세의 재정조달기능 제고를 통한 건전재정 정착,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조세 국제경쟁력 강화, 세부담의 공평성과 적정성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행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차익 과세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합당하며, 파생상품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거래세가 부과되고 있는 현물시장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거래세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용섭 조세개혁특위 위원장은 "최근 파생상품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열 투기 현상을 줄이고, 건전한 시장으로 육성하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이득세 도입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보수적 경제통 의원들 사이에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이한구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대주주의 경우 1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율이 20%인데, 근로소득은 과세표준상 연소득 8800만원만 넘으면 세율이 35%여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며,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를 촉구했다.
나성린 의원도 한 인터뷰에서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방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자본이득세나 금융소득과세를 강화하는 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버핏세,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변호사는 "부당하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자본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며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면서, 주식투자로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은 "거래세보다는 주식 양도차익소득에 대한 과세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자본이득세가 신설되면, 거래세는 대폭 감면 내지 폐지할 수 있다는 기류다.
◇정부 겉으론 "신중해야"...속으론 찬성
이런 논란에 대해 정부는 일단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본시장 상황을 감안해야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마땅치 않다”며 선을 긋고 "큰 그림을 가지고 움직여야하는 만큼, 서둘러 하기보다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언젠가는 도입해야 할 제도"라며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즉 현 정부의 기본 철학인 감세정책에 배치되므로 '당장은 아니지만', 하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못하는 것.
세제실 등의 실무 관료들은 내심 '정치권이 해묵은 숙제를 풀어주려나' 하며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자본이득세가 급격한 외국인 자본유출입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성숙도나 조세형평성 문제를 감안할 때, 이제 남은 과제는 어떻게 과세안을 도입할까 하는 방법론"이라며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교훈삼아, 단계적이고 정교한 시행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