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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학교폭력, ‘복수’로 해결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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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2. 02. 23. 11:34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학교폭력 문제로 온 국민이 들썩이고 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피해학생들이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는 것에서 드러났다. 

사실 학교폭력은 오래전부터 문제점을 드러내 왔고 최근에서야 교육당국과 대통령까지 나서서 학교폭력근절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피해학생들은 폭력의 고통을 자살로 선택하는데 왜 가해학생들은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단순히 장난이었다는 식의 변명 한마디로 피해학생의 죽음을 무시하는 가해학생들이나 일부 교사들마저 평소 피해학생에게 맞을 만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에는 정말 학교폭력을 뿌리 뽑을만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의 권한과 역할 및 책임의 강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강화, 가해학생으로부터 피해학생을 격리시켜 보호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정부대책은 학교폭력에 대한 강력한 응징으로 요약된다.

담임교사의 시각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자신이 맡는 학급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교사의 권위는 사라진 지 오래고 학교는 오늘도 사고가 없기를 노심초사해야 하고 있다. 교직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심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해학생의 측면에서 볼 때 학교나 경찰, 주변인들로부터 강한 질타와 처벌위협을 받거나 실제로 받을 수도 있다. 자신을 이런 궁지로 몰아넣은 피해학생에 대한 복수심, 처벌적인 학교에 대하여 분노가 더 커질 가능성 높다. 영원히 가해학생의 마음속에 피해학생은 맞을 만했던 아이로 기억되고 언젠가 또다시 기회가 되면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의 가혹행위가 주변에 알려지면 ‘왕따’의 낙인을 커질 수밖에 없다. 가해학생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매우 혼란스러운 심리상태에 빠지고 수치심 때문에 자존감은 떨어지게 된다. 피해학생은 공포대상인 가해학생이 강한 처벌을 받는 것에서 일시나마 통쾌함을 느낄 수 있고 보호될 수는 있지만 다시 보복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평생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학교폭력 대책을 복수로 해결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수는 폭력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해학생을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피해학생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문제는 어른들의 제도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양 측의 문제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양자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학교폭력의 접근방법은 응보적 정의가 아니라 회복적 정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이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피해학생이 폭행당한 이후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표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자리가 중요하다. 처벌이 먼저가 아니라 신뢰회복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를 비롯하여 수많은 선진국에서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회복적 학생생활지도로 풀어가고 있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폭력에 대한 제도적 응징보다는 두 사람 간에 깨어진 신뢰를 주변인들이 함께 참여하여 다시 회복하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일부 학교에서 학교폭력의 문제를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 간의 문제에 어른들의 응징적 잣대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학교폭력의 해결책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불신을 다시 신뢰로 바꾸는 아주 작은 부분부터 조심스럽게 실타래를 풀어야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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