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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세금을 늘려도 경제의 성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잘못 포장되어 있다. 세금은 부자에게 부과되든 빈자에게 부과되든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경제성장에 장애가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정부가 1달러를 지출하고 이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1달러의 세금을 거둔다면 실제로 미국 사람들의 1인당 평균소득은 1달러가 아니라 1.6달러 정도 줄어든다. 여기에 실제 지출되는 규모가 처음에 비해 보통 50% 이상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정부지출을 결정할 때에는 민간이 이 돈을 지출할 때에 비해 낭비가 두 배 이상이더라도 지출해야할 시급성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개편안은 법인세율 최고구간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수익을 더 많이 올릴수록 더 ‘벌’을 주는 구조이다. 시장경제에서는 자발적인 거래를 통해 어떤 기업이 많은 수익을 올렸을 때 이는 그 기업이 자원을 잘 사용하여 소비자들의 필요에 더 적절하게 잘 부응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벌을 주더라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주지하다시피 영국에서 창문의 숫자에 따라 창문세(window tax)를 매기자 사람들은 ‘창문’을 폐쇄하고 건강에 필수적인 햇볕을 포기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더 큰 이윤에 대해 더 높은 세율로 ‘벌’을 주면,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더 잘 충족시켜주려고 노력할 이유가 낮아진다. 이렇게 해서는 위험을 무릅쓴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 결과 1인당 소득의 성장도 어렵다. 그 피해는 부자뿐만 아니라 빈자에게도 미친다.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38%도 거의 약탈적 수준이다. 국민연금 적립금, 건강의료보험료 등을 모두 내고 나면 실제 부담률은 더 높아져 절반을 넘을 수 있다. 이렇게 높아진 세율은 더 벌지 말든지, 아니면 저축하지 말고 소비하라는 주문과 다를 바 없다. 물론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쥐어짜지 않고서는 어려운 계층의 복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약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약탈은 도덕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더구나 흔히 부자만을 쥐어짜서 전 국민의 복지를 높이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부자를 쥐어짜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결국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화폐를 찍어 복지재원을 충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이자율이 올라가거나 물가가 상승하면 부자와 빈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하거나 화폐의 구매력 하락이라는 인플레이션 조세를 물어야 한다.
가난한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주고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데 부자나 대기업 쥐어짜기가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정책을 펼치면 성장이 정체되지 않을 수 없고 그 피해는 어려운 계층에게 미친다. 창으로 물고기를 잡을 때에 비해 그물로 물고기를 잡으면 더 많이 잡을 수 있을지라도, 그것은 저축을 통해 그물을 짤 재원이 축적될 때에만 가능하다. 그물이 아닌 창으로 고기를 잡는 사회에서는 빈자가 어부로 일하더라도 그가 받을 임금은 지극히 불만스런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