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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환의 심리학 카페]여론조사결과 이렇게 보도하면 안된다

[홍경환의 심리학 카페]여론조사결과 이렇게 보도하면 안된다

기사승인 2012. 04. 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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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과학…이해 못하는 언론은 비과학적 보도
홍경환 기자]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지방언론사 한 곳이 19대 총선과 관련해 경남 양산시 선거구에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여론조사에서 윤영석 새누리당 후보는 31.6%, 송인배 민주통합당 후보는 23%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 그럼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누가 이기고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윤영석 후보가 이기고 있다고 답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오답입니다. 정답은 통계적인 의미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차이가 없다입니다.

윤 후보가 8.6%포인트 차로 앞서 있는데 이게 무슨 괴상망측한 주장이냐구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입니다. 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4.38%의 표본오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표본오차 ±4.38%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윤영석 후보의 지지율이 35.98%일수도 있고 반대로 27.22%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윤영석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말을 하려면, 윤영석 후보가 오차 범위인 8.76% 포인트보다 지지율 격차를 더 벌려야 합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으면 통계적으로는 지지율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지지율 결과를 놓고 보도할 때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하고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양산시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한 이 지방언론사는 이를 명확히 잘 설명해줬고, 정확히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잘못된 ‘해석’을 바탕으로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방송에서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0.5% 포인트 떨어졌다고 보도하는 것도 본 적 있습니다. 오차범위의 의미를 안다면 이런 보도는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 오차는 표본오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표본오차는 설문조사 대상이 늘어날수록 줄어듭니다. 7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표본오차는 ±3.7%이되고,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경우 표본오차가 ±3.1%가 됩니다. 앞서 설명드린 양산시 선거구의 여론조사 결과가 500명이 아닌, 700명 또는 10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지지율 격차가 8.6%포인트로 나왔다면 윤영석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서고 있다고 보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몇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지 오차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에 오류가 나오는 것은 조사 대상 숫자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론조사 문항에 따라서도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데요. 이를 비표본오차라고 합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설문조사 문항을 놓고 심하게 대립했습니다.

이명박 후보측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①를 고집했고, 박근혜 후보측은 “내일 투표를 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습니까?”②라는 문항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떤 문항을 적용해 조사하느냐에 따라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정도 늘어나기도 했고, 줄어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①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매우 높게 나왔다가, ②방식으로 조사를 하면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라는 질문을 했을 때 보다 지지율이 10%포인트 정도 낮게 나왔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더 내겠습니다.

①방식으로 오늘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44%로 나왔고, ②방식으로 내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35%로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루만에 9%포인트 내려갔다고 보도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안됩니다. 이렇게 보도를 하면 명백한 오보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보도가 매우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도하고 싶다면, 동일한 방식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비교를 해야 합니다.

동일한 방식이란, 설문조사 대상 사람 수가 똑같고, 설문 문항도 똑같으며, ARS방식 또는 전화면접 방식 등 매우 구체적인 것 까지 똑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은 이런 차이점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인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수많은 오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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