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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푸어 만드는 ‘보여주기 결혼식’

허니문 푸어 만드는 ‘보여주기 결혼식’

기사승인 2012. 04. 1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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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웅의 세상만사] 자식 결혼식에 부모 노후자금 탕진
신건웅 기자] 오는 주말 친구가 3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친구는 “축하 받을 일이지만, 결혼은 결코 쉽지 않다”고 충고했다. 

그는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 연애하는 것보다 힘들다”며 “결혼식 준비와 혼수 문제로 얼마나 싸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혼하는 게 기적”이라며 “대한민국서 결혼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왜 시작이라는 결혼을 하면서 다투고, 힘들어야 하는 것일까. 

신혼부부에게 뜻 깊은 결혼식이 짐이 되는 것은 아마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은 결혼을 일생에 한번뿐인 특별한 행사라 생각한다. 그래서 제대로 못해 가면 평생 고생하고, 못해 주면 욕먹는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조금은 무리하더라도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다. 

부모가 주가 되는 결혼식도 문제다. 청첩장만 펼쳐 봐도 알 수 있듯이 누구누구의 자녀, 누구로 나와 있다. 부모가 그동안 낸 축의금을 받아야 한다며 주변 지인들을 모두 부르기 때문. 결혼식은 마치 부모 세대의 동창회나 친목회를 방불케 한다. 신혼부부는 결혼식의 주체이면서도 모르는 사람을 맞이할 때가 많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결혼식은 보여주기 행사가 된다. 여러 사람들을 초대해서 하는 행사기 때문에 과시하고, 남들에게 지기 싫어서 일부러 크게 한다. 좋은 호텔 결혼식장에, 좋은 웨딩카, 무리한 혼수까지. 결혼을 위한 비용은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뿐인 결혼식 행사에 새로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은 허니문 푸어가 된다. 소득에 비해 무리한 결혼식을 하다 보니 다른 곳에 쓸 돈은 줄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빚을 내기도 한다. 새로운 출발부터 빚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결혼을 위해 노후자금으로 모은 돈을 털 수밖에 없다. 결혼을 자녀를 위한 마지막 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끼지 않는다. 오히려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려 한다. 마지막 자금까지 털어서 결혼식에 투자하는 꼴이다.

물론 결혼은 풍습이고, 사회 흐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무리한 결혼식이 미치는 파장은 너무 크다. 

시작하는 신혼부부에게 빚을 만들어 주고, 부모의 노후자금을 탕진하게 한다면 분명 고쳐야 할 결혼문화이다. 

그러기 위해선 신혼부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보여주는 결혼식보다는 실속있는 결혼식을 해야 한다. 비싼 결혼식장에 무리한 혼수 보다는 둘이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신혼부부가 변하면 가족이 변하고 사회가 변할 것이다. 합리적인 결혼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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