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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작 콘텐츠의 저력 보여준 발레 ‘심청’

국내 창작 콘텐츠의 저력 보여준 발레 ‘심청’

기사승인 2013. 05.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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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부터 12일까지 국립극장서 공연
발레 '심청' 3막 중 심청과 심봉사의 상봉.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아시아투데이 김수경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이 국내 창작 콘텐츠의 저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신구의 조화, 서양과 동양의 만남, 클래식 발레와 전래 동화와의 환상적인 하모니,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무대가 바로 '심청'이었다.  

지난 9일 오후 국립극장에는 발레 '심청'의 첫 공연을 보기 위해 수 많은 인파가 몰렸다. 곳곳에 외국인 관객들에 많이 눈에 띄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작품인만큼 객석은 발 딛을 틈 없이 금세 꽉 찼다. 
 
막이 오르고 1막 1장이 시작되면 심청과 그의 아버지가 사는 낡은 초가집을 배경으로 한 세트가 나온다. '발레'하면 연상되는 하얀색 튀튀(발레리나가 착용하는 흰색 스커트)가 아닌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의 모습이 처음에는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복장은 한복이지만 무용수들의 몸짓만은 철저한 클래식 발레가 기본이다. 

'심청'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무용수들의 몸짓과 손짓만 봐도 마치 대사가 들리는 듯 모든 상황이 정확하게 이해가 가 극의 몰입을 돕는다. 설사 '심청' 이야기를 잘 모르거나 클래식 발레를 어렵게 느끼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로 '심청' 이야기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하다. 
발레 '심청' 1막 중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1막 2장에서는 심청이 공양미 300석에 용왕께 바치는 제물로 몸을 팔고 중국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힘있고 절도 있는 선원들의 군무와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내던지는 장면은 1막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다.

발레 '심청' 수중 영상 장면. (포토 김경진)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2막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정신을 잃는 장면을 담은 감각적인 영상으로 시작된다. 황혜민·엄재용 부부가 실제로 촬영했다고 알려진 이 장면은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내며 관객들의 혼을 쏙 빼 놓는다. 

2막은 바다 속 화려한 용궁이 배경이다. 용궁에 사는 바다 요정들이 선보이는 디베르티스망(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짤막하면서도 화려한 춤을 일컫는 발레 용어)과 용왕과 심청이 선보이는 2인무가 압권이다. 

발레 '심청' 2막 용궁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용왕과 심청의 2인무는 용왕이 심청을 들어 올리는 고난도 동작이 많았지만 이 날 공연을 선보인 황혜민과 이승현은 놀라운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기량을 뽐냈다. 특히 2인무의 마지막 장면에서 용왕이 어깨 위로 심청을 번쩍 들어 올리자 숨죽이고 있던 객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왔다. 

공연의 클라이맥스인 3막은 '심청'의 저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무대였다. 심청과 왕이 달빛 아래서 사랑을 약속하는 2인무 '문라이트 파드되'는 창작 발레 2인무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화려한 왕궁 궁녀들의 춤과 봉산 탈춤을 떠올리게 하는 탈춤 군무는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며 색다른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극의 후반부 심청과 심봉사가 상봉하는 장면에서는 객석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눈에 띌 만큼 뭉클했다. 심봉사가 눈을 뜬 후 심청의 혼례에 참석한 모든 맹인들이 연이어 눈을 뜨면서 '심청'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발레 '심청' 2막 중 심청과 용왕의 2인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심청'은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였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세련되고 아름답게 극을 표현해 냈다. 앞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탄생하게 될 제 2, 제 3의 창작극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1986년 초연 된 발레 '심청'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유니버설발레단 월드투어의 메인 레퍼토리로 무대에 서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뚜렷한 인상을 남긴만큼 앞으로 세계 무대뿐만 아니라 국내 무대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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