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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엇갈린 사랑 ‘오네긴’

[리뷰]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엇갈린 사랑 ‘오네긴’

기사승인 2013. 07. 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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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7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공연
발레 '오네긴' 공연 장면. 타티아나 역의 강미선과 오네긴 역의 이동탁.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아시아투데이 김수경 기자 = 거만한 도시의 귀족 오네긴에게 마음을 빼앗긴 순수한 처녀 타티아나, 그녀의 사랑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몇 년 뒤 다른 이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를 뒤늦게 사랑하게 된 오네긴. 어긋난 두 남녀의 사랑을 담은 발레 '오네긴'은 그야말로 슬프고 아름다운 드라마 발레의 정석을 보여준다.

특히 타티아나가 꿈 속에서 만난 오네긴과 함께 열렬한 사랑을 나누며 추는 1막 2장의 파드되(2인무), 뒤늦게 사랑을 고백한 오네긴과 그의 고백에 흔들리지만 끝내 거절하고 마는 타티아나가 추는 3막 2장의 파드되는 엇갈린 남녀의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토대로 만들어진 발레 '오네긴'은 드라마 발레(연극적인 무용극)답게 스토리의 힘이 크다. 자연스러운 스토리 진행을 위해 디베르티스망(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짤막하면서도 화려한 춤을 일컫는 발레 용어)을 생략했으며 스토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화려한 기교도 배제했다. 그 때문인지 '오네긴'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빠른 이야기 전개와 극적인 감정 연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에 몰입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오네긴'은 다른 어떤 발레보다도 무용수들의 고난이도 감정 연기가 더욱 요구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순수한 소녀의 설렘, 사랑하는 남자에게 거절당한 숙녀의 슬픔, 옛사랑의 고백에 흔들리는 여인의 번뇌까지 '타티아나'역을 맡은 발레리나의 연기가 극의 중심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타티아나'의 역할이 중요하다. 
발레 '오네긴' 공연 장면. 타티아나 역의 서희와 오네긴 역의 로베르토 볼레. /사진=유니버설발레단
3막 2장에서 오네긴의 사랑고백을 거절한 뒤 홀로 남아 잔인한 운명에 온 몸이 부서지도록 울부짖는 타티아나의 마지막 춤은 단연 극의 클라이막스다. 이 장면에서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에 나오는 운명적 불륜을 다룬 차이콥스키의 환상서곡 '리미니의 프란체스카'가 이용 돼 극의 감동을 배가 시킨다. 마치 이 장면을 위해 씌여진 곡인것처럼 선율 하나하나가 '타티아나'의 운명을 날카롭고 잔인하게 파고든다. 

타티아나 역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오네긴'으로 고별 무대를 갖는 강예나와 한국인 최초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 강미선이 맡았으며 오네긴 역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 ABT 수석무용수 로베르토 볼레, 털사발레단 수석무용수 이현준,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이동탁이 각각 출연한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린 천재 안무가 존 크랑코가 탄생시킨 드라마 발레의 걸작 '오네긴'은 러시아 볼쇼이극장 지휘자 미하일 그라노프스키가 이끄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감상 할 수 있으며 오는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 1만~10만원. 문의(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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