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후반부터 전세계를 호령했던 유럽 열강의 '대항해 시대' 배경에는 열악한 국내 시장이 있었다. 생산량을 쫓아가지 못하는 소비량 때문에 각국의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전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마침내 이를 견디지 못한 국가들부터 '살기 위해' 신대륙을 찾아 무작정 배를 띄웠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빵집·커피·피자 등 각 영역에서 승승장구하며 점포를 확장해온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의 각종 규제로 국내에 발붙이기가 쉽지 않게 됐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려 영토확장이라는 신세계를 열고 있다. <편집자주>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과 동반위의 ‘중기적합업종 선정’으로 인해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는 말 그대로 ‘불난 집’이 됐다.
지난해 공정위는 제과·제빵업종(4월), 치킨·피자업종(7월), 커피전문점 업종(11월), 편의점업종(12월)에 대해 대기업 가맹사업자의 신규 출점을 제한해 기존 가맹점으로부터 500m(제과점·커피전문점), 800m(치킨), 1500m(피자) 내 새 점포를 열지 못하게 했다.
또 올해 2월 동반위는 대한제과협회의 제과·제빵업종을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받아들여 대기업 가맹 빵집이 동네 빵집 500m 이내에도 출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신규출점 규모도 전체 가맹점 수의 연 2% 이내로 제한했다.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오는 9월 동반위에 햄버거·피자·커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 아직은 틈새 시장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수도권 지역엔 더 이상 들어설 곳이 없다는 것에 크게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몇몇 업체는 출점을 포기하고 남아있는 점포들의 수익 향상을 위해 △메뉴의 다양화 △매장 고급화 △퓨전 매장 리뉴얼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려 이마저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업종별 리딩업체들은 아예 해외로 눈을 돌려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에 이어 미국, 유럽 등 전세계로 확산되는 한류 열풍과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활약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인지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에 문호를 개방한 탈독재·탈사회주의 국가들의 해외 문물 흡수력도 이들의 영토확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현대판 대항해 시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