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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이동탁 “무대 지배하는 아우라 내뿜는 수석무용수 꿈꿔요”

유니버설발레단 이동탁 “무대 지배하는 아우라 내뿜는 수석무용수 꿈꿔요”

기사승인 2013. 08. 0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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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2년 만에 수석무용수 타이틀 거머쥔 발레리노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이동탁 수석무용수
아시아투데이 김수경 기자 = "수석무용수가 된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언젠가는 관객을 이끌면서 코르 드 발레(군무 무용수)와 무대까지 지배하는 아우라(Aura)를 내뿜는 그런 수석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입단과 동시에 '돈키호테'의 주역을 꿰차며 단박에 차세대 무용수로 떠오른 이동탁(25)이 입단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초고속 승급됐다. 지난 1일 UBC 연습실에서 '디스 이즈 모던' 연습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2년 만에 이룬 수석무용수 초고속 승급

선화예술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엘리트 코스를 밟고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심청', '오네긴' 등 굵직한 작품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터라 그의 승급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 소식에 가장 놀랐던 이는 바로 이동탁 자신이었다. 

"오네긴 두 번째 공연을 끝낸 직후였어요. 문훈숙 단장님이 제 어깨를 툭툭 치시면서 '축하한다. 발레단에서 너를 수석무용수로 승급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깜짝 놀랐죠."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그 때의 흥분과 기쁨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가족에게 소식을 알렸고 부모님이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축구 심판을 하셔서 제가 축구선수가 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발레 대회에서 상도 받고 재능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다보니 그 때부터는 제가 발레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셨죠. 포항에 사시지만 요즘도 제 공연이 있는 날에는 꼭 보러 와주세요."

마이클 잭슨을 꿈 꾸던 소년, 발레에 눈뜨다

부모님이 원래 발레나 예술 쪽에 관심이 있으셨냐고 묻자 이동탁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전혀요"라고 말하며 소탈하게 웃었다. 

"어렸을 때 마이클 잭슨을 뛰어 넘는 댄서가 되는게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여자친구가 다리 찢기 하는 모습을 보고 '다리만 찢으면 마이클 잭슨처럼 되겠다' 싶었죠.(웃음) 그 친구로 인해 발레를 알게 됐고 그 때부터 빠지게 됐어요."

하지만 엘리트 이동탁에게도 방황의 시간은 찾아 왔다. "발레를 시작한 이후 저에겐 방학이 없었어요. 포항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안돼 방학 땐 서울에서 수업을 받았거든요. 제 생일이 방학기간 중이었는데 생일 파티도 한 번 못 했어요. 그 때 사춘기였는데 친구들이랑 놀 시간도 없고 싫더라고요." 

6년 간 배운 발레를 중학교 3학년 때 무작정 그만 두고 방황하던 때 그를 다시 발레로 이끈 것은 배미라 선화예술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 선생님께 캐스팅 돼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 남동생 역으로 공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방황하던 그 때 배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온 거에요. 밑져야 본전이니 선화예고 시험을 보라고 하셨죠."

그렇게 그는 선화예고와 한예종을 거쳐 UBC에 입단해 코르 드 발레, 드미 솔리스트, 솔리스트를 거쳐 수석무용수로 승승장구했다. 

강미선(좌)과 이동탁(우)의 '오네긴' 공연 장면.

가장 애착가는 작품은 '오네긴'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뭐냐고 묻자 그는 최근작인 드라마 발레 '오네긴'을 주저없이 꼽았다. 

"가장 재밌었던 동시에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오네긴'은 제가 그 동안 해 왔던 클래식 발레와는 차원이 다른 춤이었거든요. 마치 발레를 처음 배우는 것처럼 모든 동작이 낯설었고 파드되(2인무)가 유난히 길고 어려워 슬럼프를 겪기도 했어요." 

거기다 우리나라 남자 무용수 중에서 3번째로 오네긴 역을 맡아 주목을 받다 보니 거기서 오는 중압감과 압박감도 컸다. 첫 공연을 앞두고 1시간 밖에 못 잘 정도였단다. 

"하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더 치열하게 연습했고 오네긴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애착이 많이 가요. 그리고 제 우상이었던 로베르토 볼레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것도 제겐 엄청난 행운이었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번 공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꼭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라 바야데르'의 솔라르 같은 강한 전사 역할도 도전해 보고 싶고요." 

10월 공연 예정인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메인 포스터 모델로 나선 수석무용수 이동탁. 

새로운 도전 '디스 이즈 모던'

이동탁은 수석무용수 승급을 마음껏 축하 할 겨를도 없이 오는 10월 공연 예정인 '디스 이즈 모던' 준비에 빠져있다. "모던 발레라고 해서 무작정 자유로운 춤은 아니에요. 모든 움직임과 군무, 심지어는 손가락 각도 하나까지도 칼 같이 지켜야 해서 오히려 더 까다로운 편이니까요. 그런 점에서이번 작품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죠."

차갑고 샤프한 외모, 완벽에 가까운 매끈한 몸매, 거기다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까지 얹게 된 이동탁은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성격은 순수한 소년에 가까웠다. 특히 레에 대한 그의 조건 없는 애정은 무대 위의 완벽한 테크닉과 연기를 넘어 그가 수석무용수로서 일궈 낼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발레라는 게 참 희한해요. 어느 목표를 정하고 그 수준에 닿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 위에는 또 다른게 계속 있더라고요. 정해진 틀 속에서 추는 춤이지만 발레의 그런 '무한함'이 저를 계속 춤추게 만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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